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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의 '자충수'…해임건의안 역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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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개인적 감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기금 규모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의 '자충수'…해임건의안 역풍 불까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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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 연임 불가 통보한 데 대한 정치권 관계자의 반응이다. 최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안팎의 만류에도 홍 본부장의 1년 연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기본 임기는 2년이지만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홍 본부장은 내달 3일이 임기 만료였다.

이를 두고 최 이사장이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객관적 실적 평가에서 연임을 불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사적인 감정이 섞여 내린 결정이란 이유에서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라는 것은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파다하게 알려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평가는 수익률이 첫 번째 잣대다. 홍 본부장은 지난해 사상 최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5%대 기금운용 수익을 올렸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5.3%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4.2%였다. 조직이나 투자 체계 개편에서도 평가가 좋은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이사장이 '연임 불가' 카드를 꺼낸 것을 '공멸' 전략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최 이사장 입장에서는 홍 본부장이 연임할 경우 먼저 짐을 꾸리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최 이사장도 홍 본부장에 연임 불가 통보를 하는 데는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약한 데다 둘 사이의 불화설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이 7개월 여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까지 각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본부장을 먼저 주저앉히고 스스로도 물러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얘기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최 이사장의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이사장은 몇 달 전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홍 본부장에게 투자 집행 등 사전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질책한 바 있다. 사실 이 때 홍 본부장은 십 수 차례에 걸려 서면보고를 했었다. 당시 머쓱해진 최 이사장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고 한다. 이날 회의 주제는 '삼성과 엘리엇' 사태였고 최 이사장이 외부 자리에서 낯부끄러운 일을 당한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내부에서 나돌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위임 전결 규칙을 따로 두고 개별 투자자 건에 대해 이사장이 아닌 기금운용본부장 전결을 명시했다. 철저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다. 500조원의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 내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이른바 '시어머니' 눈치 보느라 투자를 제 때 집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만든 규정이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의 크고 작은 투자 건에 대한 보고를 유난히 원했던 최 이사장은 결국 국회에서 위증죄 논란을 불러오기에 이르렀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 이사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열을 올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금운용본부의 인사권과 예산권은 물론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한다고 말해 놓고 그렇지 않았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사장 사전보고 문서를 보면 최 이사장은 양사 합병 사실이 알려진 5월27일부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열린 7월10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사전보고를 받았다. 그 사이 구두보고도 많았다.


최 이사장에게 홍 본부장이 단단히 미운 털 박힌 것은 기금운용본부 독립 건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게 크게 작용했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 독립 반대론자였고 홍 본부장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독립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결국 홍 본부장의 능력치와 큰 상관없이 두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연임 불가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기금운용본부 독립 주장을 펼쳤던 홍 본부장 기조와 궤를 함께 하고 있어 최 이사장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전평했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해임건의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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