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물질의 절반은 車 매연…그중에도 노후 경유車가 주범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요새는 매연 적은 차도 많다던데, 아무리 도심이라지만 매연을 뒤집어쓴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7일 오전 서울 명동 인근의 한 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관광버스 한 대가 도로에 들어섰다. 잠시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시동을 걸차 시꺼먼 매연이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출현한 경유 버스가 보기만 해도 심란하게 하는 배출가스를 내뿜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코를 쥔 채 피하기 바빴다.
'맑은 하늘 서울'을 위한 최대 과제로 노후 경유자동차 조기폐차ㆍ저공해화가 꼽힌다.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PM10), 질소화합물(NOx)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원이다. 이에 노후경유차에 대한 철저한 검사ㆍ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과 함께 시민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전체 시내 대기오염 물질의 57.5%는 '도로이용오염원(자동차')에서 배출된다. 이 중 단연 많은 물질을 뿜어내는 것은 경유차다. 시에 등록된 자동차의 3%(101만5134대)에 불과한 경유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원의 비율은 55%(NOx), 67%(PM10)에 이른다.
경유차 중에서도 대기오염 기여도가 높은 것은 '낡은' 차량들이다. 김운수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차령 10년의 경유차(대형화물차 기준)는 차령 1년의 경유차에 비해 10배의 대기오염원을 배출한다.
그런데 시내 경유차 중 10년 이상 노후차량의 비율은 올해 기준 34.3%(34만8190대)에 달한다. 특히 경유 레저용 승용차(RVㆍRecreative Vihecle)와 경유화물차의 경우 10년 이상 노후차량의 비중이 40%대에 이른다. 맑은 하늘 만들기의 관건은 '낡은 경유차' 잡기에 달린 셈이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 2002년부터 경유차 '저공해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차령이 10년이 넘는 경유차를 대상으로 차량기준가액의 85~11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해 조기폐차를 유도하거나, DPFㆍpDPF(매연저감장치) 설치 또는 엔진개조를 통해 매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 결과 지금까지 시는 모두 27만7743대의 경유차(조기폐차 6만3006대, 저감장치 부착 14만6534대, LPG엔진 개조 6만8203대) 저공해화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노후경유차 관리와 함께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는 자동차 종합검사 시 배출가스 기준 불합격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며 "배기가스가 많은 차량에게 적합한 부품교체ㆍ저공해화가 시행되려면 검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10년 이상 된 노후 RV, 화물차 등에 대해서는 차종별ㆍ연식별로 등급을 부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흥순 시 대기관리과장은 "저공해화를 이행하지 않는 노후경유차에 대해서는 단속시스템을 운영해 경고나 과태료(20만원)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며 "하지만 시가 이미 조기폐차 등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비용을 최대 90%까지 제공하고 있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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