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호 처리수준, 평상시 25~30%…재난문자 발송시에는 60% 치솟아
발송 시간대 밤 12시~새벽 5시, '손 씻어라'·'물놀이 주의해라' 등 상식 수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긴급재난문자가 비상시 통신대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발송된 문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어라'라는 등의 상식적인 수준이 많아 국가 예산만 낭비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긴급재난문자 발송시 이동통신기지국에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통사의 망신호 처리수준은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25~30%에 불과하나, 재난문자 발송시에는 순간 부하량이 2배 증가해 60% 수준이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문자메시지(SMS)가 아닌 셀브로드캐스팅 서비스(CBS)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CBS 방식은 각 통신사의 서버로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고 사업자는 교환기, 기지국을 통해 이용자 단말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구조다.
특정구역에 동시 다발적인 재난문자를 발송하면 대기상태에 있던 이용자들의 단말이 활성화된다. 페이스북, 구글메일등 스마트폰 앱이 동시다발적으로 망에 접속해 망부하가 급증하게 돼 기지국 및 교환기 부하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연말연시나 콘서트,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혼잡이 있는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면 망운용의 부담이 몇 배로 증가할 수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지난 2006년에 도입됐다. 정부는 시스템구축에만 8억2000만원을 사용했고, 매년 4000만원 가량의 유지보수비가 꾸준히 투입되고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지난 2013년이후 총 822회 발송됐다. 발송된 시간대를 살펴보면 밤12시~새벽 5시 사이에 발송된 문자가 111회나 차지했다. 새벽에 굉음으로 국민의 단잠을 깨웠던 긴급재난문자의 내용은 대부분 안개주의 등을 알리는 기상안내문자에 불과했다.
내용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 많았다. 가령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어라', '폭염 특보가 발령 중이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놀이 안전에 주의하라' 등의 내용이었다.
그나마 지역별로 유용한 기상상황을 보낸 소방방재청과 달리 국민안전처에서는 메르스 예방수칙, 폭염 안내 등 일반적인 내용으로 긴급재난문자의 필요성에 의문만 키웠다.
송호창 의원은 "위기순간에 국민생명을 구해야 할 긴급재난문자가 뒷북행정, 전시행정으로 불쾌감만 조성하고 있다"며 "인구밀집지역에서는 비상상황 발생시 통신대란을 가져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의 통신망을 관리하는 미래부가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재난문자의 안정성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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