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섭 대못'은 다 뺏다…이제부턴 무한경쟁
정부 규제완화로 25% 요금 낮춘 상품 출시…두달만에 초회보험료 28억
붕어빵 경쟁 구도선 영업이 중요…자율성 높아지면서 차별화 전략 필요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10년 전부터 보험료를 싸게 책정하면서 중도 해지환급금을 없애거나 낮추는 '무해지ㆍ저해지 종신보험'을 기획해왔다. 고객이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25% 정도 낮추는 차별화된 상품이다. 그러나 정부의 상품 규제로 출시가 미뤄졌다가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 감독 규정 일부를 개정하면서 족쇄가 풀렸다. 예정 해지율을 반영해 저해지 환급금을 제공하는 종신보험은 이후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면서 대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보험 규제 완화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신상품을 선보이게 한 성공 사례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여 만에 계약건수 1만4134건, 누적 월납초회보험료 28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통해 상품ㆍ가격 자율화가 확대되면 차별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상품들이 더 많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신고제가 폐지되면서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상품 개발기간도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붕어빵 상품 NO, 보험료 경쟁 커진다= 그동안 각 보험사들이 출시한 보험상품들은 '붕어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상품에 특약을 집어넣거나 빼는 식으로 설계했다. 예컨대 '우리집보험'이 출시되면 거기에 특약만 추가하고 신상품으로 '너희집보험'이 선보였다.
상품 차별이 사라진 것은 금융당국의 사전규제가 결정적이었다. 보험 상품과 가격에 대한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는 '퍼스트 무버'보다는 '패스트 팔로어'에 머물렀던 것이다.
앞으로 보험 상품과 가격에 대한 보험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면 상품과 보험료 차별화가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위험률과 보험료, 준비금 적립 등을 꼼꼼히 따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기존의 붕어빵 경쟁 구도에서는 상품을 얼마나 잘 판매하냐는 영업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상품 기획과 아이디어가 주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판매 채널 의존도가 높았고, 매출을 올리는 영업담당 임원들의 목소리가 컸다면 이제는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강계욱 보험개발원 상무는 "이제는 보험사들이 상품 대 상품으로 질적 경쟁을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질적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면 지금보다 상품개발 전문인력들을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적 규제 완화에 대응해 사후적 책임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조직 변화도 불가피하다. 보험 상품 사전규제가 완화되고 사후감독이 강화되면서 금감원 보험상품감독국(요율제도 감독ㆍ상품심사 등)과 보험감독국(영업행위 감독ㆍ재무건전성 등)의 인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 추진의 새로운 변화들에 대한 효과는 1~2년 후에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보험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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