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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논란,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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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선거구 획정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대혼란을 벌이고 있다. 농어촌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 의석 감소에 반발하며 비례의원 의석수를 줄여서라도 지역대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급기야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구 의석수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려 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1:2로 줄이면서 논란은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농어촌 지역은 과대 대표된 반면 도시 지역은 과소 대표되어 왔는데 비율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까지는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지역구민의 인구 편차는 1:3이 허락됐다. 간단히 말해 인구 10만명도 1명의 국회의원, 30만명도 1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도시에 비해 인구가 적더라도 독립된 행정구역을 유지하는 농어촌의 경우 지역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헌재가 표의 등가성을 강조하며 인구 편차 비율을 1:2로 줄이라고 판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개의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구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속 지역구가 타지역과 합해질 경우 2명의 국회의원이 나오던 지역에서 1명만 살아남는 일들이 발생한다. 사이좋은 이웃 지역구 의원은 간데없고, 생존을 건 레이스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단순히 의원의 일자리 문제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농어촌 지역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름의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에는 5~6개의 시군이 합쳐지는 엄청난 규모의 선거구가 되는데 이 경우 지역 대표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더불어 산업화 과정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농어촌지역 등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과대 대표성을 강화해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강화하다.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역구를 두 가지가 있다. 국회의원 숫자가 늘거나 비례의원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원정수 증가에 반대함에 따라 농어촌지역과 비례의원 양자택일 상황만 남았다. 현재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 의석을 늘려(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정의당 등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를 빼면 목소리가 크지 않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비례대표제를 강조하며 비례의원을 줄이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당내에 농어촌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개특위 출범당시 한 관계자는 의원정수는 최후의 순간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토되는 모든 문제가 다뤄진 다음에 의원정수 문제가 언급되어야지, 의원정수 문제가 먼저 다뤄지면 정개특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정개특위 논의과정에서 의원정수 조정의 필요성이 충분히 다뤄진다면 대국민 설득 작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구상은 정개특위가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 3월15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당시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의원세비 삭감 등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하면서 어긋났다.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전달되기 전에 심 의원이 먼저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꺼내들자 국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후에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재차 의원정수 문제를 언급하고(혁신위는 예로 들었을 뿐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맞장구치자 국민 여론의 반발은 더더욱 커졌다. 국민들로서는 의원정수를 단 한 석도 늘리지 않을 경우 비례의석과 농어촌 지역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 한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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