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부진과 수출 감소에도 불구 8월 회복세를 보였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소비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월 추석연휴에 따른 소비 확대와 10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효과 등으로 이어질 경우 내수가 어느 정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등 외부변수가 관건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에 비해 0.3포인트 오른 100.9,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한 103.6을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국면과 전환점을 보여주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향후 경기 국면과 전환점을 예측하는 데 이용된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모두 상승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과 6월 각각 -0.5포인트, -0.3포인트 등 하락했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과 7월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를 보이는 등 엇박자를 냈다.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5월 113.1에서 6월 109.2, 7월 111.4로 부진했지만 8월에는 113.5로 회복됐다. 서비스업생산지수도 5월 110.9, 6월 109.3, 7월 111.2를 기록하다 8월에는 111.7을 기록했다.
특히, 전산업 생산이 3개월 연속 증가하고, 7~8월 광공업 생산과 투자가 2분기 부진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밖에 7~8월 서비스업,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증가세를 보인 것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해진 것은 메르스 여파에서 벗어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성동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7월과 8월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메르스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생산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9월과 10월까지 소비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월에는 추석 특수를 맞아 백화점, 대형마트 등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 판매도 호조세를 보였다. 7월과 8월 두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던 수출도 9월에는 -8.3%로 감소폭을 줄였고, 수출물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5.4% 증가해 생산과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추석 이후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진행되는 등 내수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5월 105를 기록하다 메르스 여파로 6월 99로 하락했지만, 이후 7월 100, 8월 102, 9월 103 등 꾸준히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경제를 위협하는 대외요인이 많아 경기를 낙관하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 경제구조가 대외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세계 경제가 살아나야 지속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면서 "수출은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좋지 않아 소비가 회복됐다고 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오종탁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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