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유엔총회 참석 성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30일 유엔(UN)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중견국 위상을 재확인하고, 지구촌 발전에 기여하는 '코리안 리더십'을 천명하는 데 주력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우뚝 선 성공경험을 공유하는 '글로벌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강대국 사이 끼인' 주변국가가 아닌, 국제사회 이슈를 선도하는 '리더'의 반열에 올랐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지역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의제에 유무상 지원 공언 = 박 대통령은 26일 UN개발정상회의와 28일 UN총회 기조연설 등을 통해 지구촌이 직면한 도전과제 해결에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평화유지군(PKO) 추가 파견, 시리아 난민 인도적 지원 강화, 기후변화 대응 노력 지원 계획 등과 함께 '소녀를 위한 보다 나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5년간 2억달러 규모의 개도국 지원사업도 펼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UN이 2030년까지 역점적으로 추진할 '지속가능개발의제'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것과 관련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 개발의제 이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할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국은 우리의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갈 것"이라며 "새마을운동이 개도국의 '새로운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개발도상국 농촌개발 프로젝트로써 새마을운동 경험을 공유하는 방안은 박 대통령이 이번 UN외교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신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개도국에 적극 공유할 수 있도록 UN개발계획(UNDP)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北ㆍ日 메시지는 유연하고 우회적으로 = 북한의 군사도발과 비핵화 문제, 일본 역사인식 등 예민한 이슈에 대해선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발언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8ㆍ25 합의 후 이산가족 상봉 논의가 한창이라는 점,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도발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은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징ㆍ파멸ㆍ제제 등 과격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식의 우회적 압박을 가했다. 박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2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최근 통과된 방위안보법률과 관련된 일본 국내외의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며 이 법안이 확대해석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구체적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어떤 반응 나올까 = 박 대통령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이른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친박근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의견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명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 청와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누군지 모른다"며 논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여당 대표가 박 대통령 출장 기간에 야당 대표를 만나 총선 공천 규칙에 덜컥
합의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귀국 후 첫 공식 회의석상인 내달 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개인적 소견을 피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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