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타워팰리스'에 등장…'꿈의 집'으로 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춤…지난해부터 다시 인기
과거엔 보통 198㎡, 최근에 98㎡ 등장…5억원대도 나와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한 때 내로라하는 부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구름 위의 집 '펜트하우스'가 최근에는 다소 키를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분양시장에 자취를 감췄던 펜트하우스가 부활하면서다. 소형화 바람에 따라 덩치를 줄이고 가격대를 낮췄더니 연일 최고 경쟁률을 찍고 있다. 부활한 펜트하우스, 얼마나 달라졌길래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일까.
◆재등판…청약 경쟁률 고공행진= 최근 부동산 훈풍을 타고 펜트하우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실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몇 년간 시들했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가', '초호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펜트하우스는 '꿈의 집'이라 불리며 한 때 잘 나갔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펜트하우스가 도입된 최초의 건축물로 꼽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만 봐도 그랬다. 한정된 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가의 주거공간으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주춤해졌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분양시장에서 펜트하우스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펜트하우스가 분양시장에 재등판해 홈런을 날리고 있다. 최고 청약 경쟁률이 펜트하우스에서 나온 단지가 여럿 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GS건설이 분양한 '위례자이'의 전용면적 134㎡ 펜트하우스 경쟁률은 369대 1로, 평균 경쟁률 139대 1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서울 교남동 '경희궁자이'의 펜트하우스(116㎡)의 경쟁률도 49대1로 평균 경쟁률(3.5대 1)을 훨씬 웃돌았다.
올해 바통을 이어받은 서울 장위뉴타운 '꿈의 숲 코오롱 하늘채'의 최고 경쟁률 22대1도 1가구 뿐인 펜트하우스(93㎡)에서 나왔다. 경기 하남 '미사강변리버뷰자이'도 최고 경쟁률(66.67대 1)이 132㎡B형 펜트하우스였다. 이 밖에 경기 고양 '킨텍스 꿈에그린'(152㎡)과 경기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98㎡B형)의 최고 경쟁률은 각각 8.5대 1, 36.5대 1로 모두 펜트하우스가 주인공이었다.
◆'귀하신 몸' 펜트하우스, 날렵해지다= 펜트하우스가 부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면적이 줄면서 가격대가 낮아졌다. 과거엔 보통 198㎡(옛 60평형)를 넘는 펜트하우스가 공급됐다. 2004년 입주한 타워팰리스 3차의 펜트하우스는 235㎡였다. 비교적 최근인 2011년 7월 입주한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의 펜트하우스 면적은 271㎡나 됐다. 이에 반해 요즘 공급되는 펜트하우스 대부분은 165㎡(옛 50평형) 이하고 40평형 이하대도 나온다. 최근 분양시장에 나온 펜트하우스의 크기를 봐도 98~152㎡ 정도다.
수요자들이 소형 평형대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건설사들의 주력 평형이 84㎡(34평형) 이하로 변하자 펜트하우스 규모도 덩달아 바뀐 것이다. 펜트하우스는 구조적으로 아래층 2가구로 이뤄진 판상형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주력 평형이 84㎡로 이하로 가면서 크기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용구 GS건설 건축설계팀 차장은 "최근 주력 평형이 34평형 이하로 되면서 펜트하우스의 거실 크기나 안방·주방 등 공간 구성이 34평형에서 조금 커지는 수준"이라며 "펜트하우스 전체적인 크기는 40평형대를 벗어날 수 없고 발코니를 확장하면 예전 50평형 정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적이 줄자 가격대도 낮아졌다. '경희궁자이' 116㎡의 분양가는 10억원 초반대였고 '위례자이' 134㎡의 분양가는 11억원 수준이었다. '자이 더 익스프레스'의 펜트하우스 98㎡B형의 경우 분양가가 4억590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 비용을 더해도 5억원대 초반이었다. 과거 펜트하우스가 20억~30억원대의 고급형이었다면 최근에 공급되는 펜트하우스는 10억~15억원대로 저렴해진 셈이다.
펜트하우스 내부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 엔틱이나 클래식 스타일의 최고급 대리석과 가구류를 중심으로 디자인됐다면, 요즘엔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러운 모던 스타일로 디자인이 바뀌는 추세다. 김영진 원양건축 소장은 "수요자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져 전체가 아니라 일부 포인트의 화려한 디자인과 원자재·재료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 유행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 인기에 공급물량 늘어나= 전문가들은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달라진 주거 문화에서 찾는다. 김영진 소장은 "가족 구성원이 적고 개인적인 취향의 다목적, 다기능의 주거로 활용되면서 대형 평형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옅어지고 있다"면서 "비슷한 형태의 공동주택보다 차별적이고 희소성 있는 펜트하우스의 특성이 잠재 수요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분양 후 가치 상승으로 재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보통 펜트하우스는 꼭대기 층에만 지어져 적게는 1가구, 많아봤자 10가구 내외 정도라 가치가 뛴다. 현재 '위례자이'의 펜트하우스에는 3억~4억원의 웃돈이 붙어있다. '힐스테이트 광교'의 펜트하우스엔 1억5000만원가량의 웃돈이 형성돼있다.
펜트하우스가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자 건설사들도 공급 물량을 늘려잡았다. 최근 펜트하우스 공급에 적극적인 GS건설은 올해 90가구를 펜트하우스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중 서울 행당동·염리동·반포동, 청주, 평택, 포항에서 58가구가 10월 이후 분양된다.
포스코건설도 2012년 '송도 더샵 마스터뷰'에서 펜트하우스 5가구를 공급했다가 3년만인 올해 다시 펜트하우스를 분양 중이다. 7월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에 펜트하우스 4가구를 넣었고 지난달 '기흥역 더샵'에도 3가구를 선보였다. 아직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3개 단지에서 추가로 펜트하우스 물량이 나올 수도 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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