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회계 관리 부실 제도적 방지 위한 '지방회계법' 제정 본격화...30일 국무회의서 통과돼 국회 제출...회계책임관 지정 및 현금지출 원천 금지 등 포함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012년 전남 여수시의 한 회계 담당 공무원이 8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줬다. 그는 기능직 8급의 낮은 직급이었지만 오랜 기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터라 지자체 회계 관리의 빈틈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주로 동료들의 갑근세(갑종 근로소득세) 등 세금 수납과 회계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득공제액과 각종 세금 등을 별도의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워낙 교묘해 여수시의 어느 누구도 공금 횡령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의 범행은 감사원이 세무서와 시청 회계정산 과정에서 잔고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감사에 나서면서 겨우 발견됐다.
이같은 지자체의 회계 관리 부실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지방회계법' 제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30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지자체의 예산 집행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해 예산 낭비ㆍ회계 비리 같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지방회계법' 제정안을 처리해 국회에 넘겼다.
이 법안은 모든 지자체에게 실ㆍ국장급 고위 공무원을 회계책임관으로 지정해 지자체 전체의 회계를 총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계책임관은 회계 공무원에 대한 지도ㆍ감독 책임을 갖는다. 부서 별로 이뤄졌던 회계 관리를 재검증할 권한도 있다.
지자체가 재정을 집행할 때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이외의 현금 취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내부통제제도'를 의무화해 비위 행위를 보다 체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청백-e 시스템' 등을 활용한 '자율적 내부통제'가 운영돼 왔으나 법률적 근거가 없는 임의사항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회계법은 새올(인허가), e-호조(지방재정),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인사 등 5개 시스템을 연결해 비위 행위 등에 대한 자동 감시기능을 수행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지자체의 소위 '분식 결산'을 통한 무리한 사업 추진ㆍ예산 낭비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방회계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분식 결산을 해 가용 재원을 부풀리는 일이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산 검사도 강화된다. 결산 검사위원의 자격 요건이 강화되고, 집행부ㆍ 의회ㆍ이해관계인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위해 검사위원의 실명이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또 결산 결과를 다음해 예산을 짤 때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결산 일정도 기존 7월에서 5~6월로 앞당겨진다. 지방회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기관의 지정 및 육성, 회계공무원의 전문성 강화, 지방회계의 원칙과 기준 명확화, 기타 자금 집행방법 개선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연말 계약이 완료되거나 국고보조금이 교부되지 않아 예산집행이 곤란한 경우엔 다음 해 1월 20일까지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출납폐쇄기한(12월 31일)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정재근 행자부 차관은 "이번 지방회계법 제정으로 지방회계ㆍ결산제도의 발전 토대가 마련되고,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및 재정 건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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