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가구 단지 중 4가구만 공급 … 80억원 고가에도 일찌감치 분양마감
기본 빌트인 가구·가전 모드 최고급, 더 비싼 제품 찾는 고객들도 많아
대부분 수백억원대 자산들이 입주 … 최근엔 보급형 펜트하우스도 등장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강변에 맞닿아 있어 이 앞으로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어요. 가장 높은 층에서 남쪽으로 한강을 내려다보고 옆으로는 서울숲이 펼쳐지는 이런 조망은 강남에서는 절대 찾아보기 힘든 조망권이죠.”
한낮의 열기 속에서도 공사가 한창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547-1 일대에 최고층 랜드마크 아파트 ‘트리마제’가 올라가고 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47층 4개 동에 전용면적 25~216㎡ 아파트 688가구가 들어서는 이 단지는 ‘고소득 상류층을 위한 명품 주거공간’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한강 이북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갤러리아포레’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한강변에 훨씬 더 가깝다. 단 4가구만 공급되는 최상층 펜트하우스는 모두 일찌감치 주인을 찾았다.
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견본주택의 넓은 전실(현관)에 들어서자 여느 아파트와 달리 2.9m에 달하는 높은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 작은 분수대에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왼쪽으로는 거실과 안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오른쪽에는 별도의 침실과 서재, 공동욕실 등이 배치돼있다.
차분하게 반짝이는 아이보리색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거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한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전면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진한 베이지색 가죽소파와 바닥에 깐 카펫은 모두 수입산이다. 거실 뒤편에는 호두나무(월넛)를 그대로 베어 만들었다는 통나무 식탁이 놓여있다. 독특한 모양의 샹들리에와 대비돼 한층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고급 대리석으로 만든 조리대와 블랙톤의 주방수납장, 그리고 실버톤의 수입 냉장고가 놓인 부엌은 거실과 따로 분리돼있지 않지만 탁 트인 전망 덕분에 집안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50년 전통의 이탈리아 최고급 브랜드 ‘톤첼리(Toncelli)’의 주방가구를 도입해 고풍스러운 멋을 냈다. 부엌 안쪽으로 주방 크기만한 또 하나의 보조주방이 있는데 이곳에 설치된 전기레인지나 세탁기, 의류건조기 등도 모두 최고급 수입품들로 구성돼있다.
트리마제 분양을 맡고 있는 한경식 본부장은 “수백억 원대 자산가들이 입주하는 아파트이다 보니 기본 빌트인으로 제공되는 가전제품들이 모두 최고급인데도 이따금 더 고가의 제품으로 설치해 달라거나 독특한 취향에 맞춰 새로 인테리어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 때문에 견본주택에 진열하는 그림이나 인테리어 전시품 하나하나에도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안방은 수입원목 마루를 깔았고, 남편과 아내가 각각 따로 쓰는 드레스룸이 나란히 배치돼있다. 안방에 연결된 부부 욕실에는 마치 호텔 스위트룸처럼 세면대도 나란히 두 개가 설치돼있다. 욕실 창가 쪽에는 히말라야산 히노끼(편백 나무) 월풀 욕조가 설치돼 한강을 내려다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자리한 방과 욕실 또한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한 팀장은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방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고급 아파트다 보니 방 크기에 역점을 뒀다”며 “세대별 조망권부터 평면 효율성까지 고려하되 입주민 삶의 질을 우선해 설계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얼마일까. 국내 펜트하우스 1호라 할 수 있는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2002년 분양) 전용면적 301㎡는 2004년 36억원 선에서 2006년 말 60억원대를 넘어섰다. 2004년 입주한 분당 정자동 ‘파크뷰’의 펜트하우스 245㎡는 2006년 무렵 급등해 2008년 초 최고 38억원에 거래됐다.
2008년 성동구 뚝섬에 지어진 한화건설의 갤러리아포레는 3.3㎡당 4600만원으로 당시 국내 최고 분양가를 기록, 377㎡ 펜트하우스 한 채의 분양가가 52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복층형 펜트하우스 269㎡가 경매 시장에 나왔는데, 감정가격이 무려 80억원으로 역대 공동주택 경매물건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수동 트리마제의 경우 펜트하우스 4가구는 각각 80억원대에 분양됐다. 모두 계약금과 중도금 30%를 대출 없이 납부한 데다 선납부 할인제도를 이용하는 계약자도 있다고 하니 그만큼 자금력 있는 부유층들이 펜트하우스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대행사 미드미디앤씨의 송정윤 본부장은 “펜트하우스는 단순히 꼭대기 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최고급 주거단지에서도 최상급 아파트만을 의미한다”며 “아파트 동별로 한두 가구만 지을 수 있다는 희소성까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거래시장에서의 가격 외에 펜트하우스 프리미엄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최근엔 고가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단지에도 ‘펜트하우스’라고 불리는 최상층 물건이 등장하고 있다. 소위 보급형 펜트하우스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에도 펜트하우스가 등장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에 비해서는 고가이지만 앞서 언급한 30억~40억원대의 펜트하우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상층이라는 의미만 놓고 본다면 펜트하우스가 맞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가 주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같은 범주에 놓고 이야기하긴 어렵진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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