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12개국이 30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각료회의를 개최한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캐나다가 타결을 서두르는 반면, 뉴질랜드와 멕시코는 자국에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입장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TPP협상과 함께 진행하는 미국·일본간 자동차 부문 협상에서 미국이 일본제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관세(2.5%)를 협정 발효 즉시 철폐키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당초 50%의 부품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범위도 80%까지 늘렸다.
TPP협상을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이 양국 간 현안을 빨리 정리하고 TPP 합의 타결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TPP에 참여한 12개국은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수석협상관 회의를 진행해 각국의 견해차를 메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각료 회의에서는 대략적인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타결 여부는 참가국들간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해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과 10월 19일 총선이 예정된 캐나다는 어떻게든 선거 전에 협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이번에 TPP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협상이 표류할 것으로 보고 타결에 힘쓰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의와 각오로 각료회의에 임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아베노믹스 2기를 맞아 TPP체결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당초 7만톤까지 늘리기로 한 미국 쌀 수입량에 인센티브를 도입, 실제 10만톤까지 수입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등 양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는 즉각 타결보다는 자국이익 보호에 치중하고 있다. 일단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12년 이상의 보호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조기에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5년을 요구하고 있다. 낙농대국인 뉴질랜드는 미국·일본·캐나다에 대폭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자동차 부문의 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에 대한 원산지 규정을 두고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일본과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멕시코, 캐나다 등이 대립 중이다.
일본 내에서는 TPP 타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케이신문은 "신약 특허 보호 기간을 둘러싸고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의장국인 미국의 주도력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면서 합의 여부가 쉽게 예측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에도 합의하지 않으면 협상이 표류할 우려가 높아진다"며 정치·경제적 이해가 엇갈리는 TPP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국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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