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희망을 봤다."
코리언투어가 요즈음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신한동해오픈이 출발점이다. 최종일 무려 1만명이 넘는 '구름 갤러리'가 몰려 고사상태에 빠진 줄만 알았던 남자무대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안병훈과 노승열 등 월드스타의 등판이 동력이 됐고, 신한은행은 여기에 '가족과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갤러리와 소통하는데 주력했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한 '여고남저(女高男低)'에 시달리고 있는 코리언투어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특히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다. 12개 대회 총상금이 84억원에 그친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29개 대회 총상금 184억원으로 곱절이 넘었다. 지난달 초 매일유업오픈의 총상금 3억원이 같은 기간 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의 우승상금에 불과했다는 대목은 서글플 정도다.
코리언투어 역시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2, 13대 회장을 맡았던 2004년부터 2011년이다. 2004년 8개에서 2005년 16개, 2006년에는 SBS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17개로 늘어나는 등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그러나 박 회장이 퇴임한 2012년 이명하 회장 선출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추대, 소송을 통한 직무 정지, 김학서 부회장의 직무대행, 또 다시 직무정지로 이어지는 끝없는 '밥그릇 싸움'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우여곡절 끝에 황성하 회장이 취임했지만 부정선거 의혹과 반대파 숙청 등 출발부터 가시밭길을 걸었고, 기업들은 당연히 '사고단체'라는 인식을 가졌다. 2013년 대회 수가 13개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부 선수들은 상금이 미미한 아시안(APGA)투어까지 변방을 떠도는 신세로 전락한 이유다. 골프계에서는 "나갈 대회도 없는데 KPGA는 여전히 프로테스트와 시드전을 통해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최근 "내년 시즌은 대회가 제법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대기업 여러 곳에서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믿을 수는 없다. 매년 'OO오픈, OO골프장'이라는 정체불명의 대회를 투어 일정표에 끼워 넣어 규모를 부풀렸다가 하반기에 접어들면 슬그머니 삭제한 사례가 비일비재해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황 회장의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기업인 출신 회장을 바라고 있다.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3~4개의 대회는 곧바로 만들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사실 지금은 투어 활성화가 시급하고, 여기에도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다. 일단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규모가 커져야 안병훈이나 노승열 같은 빅스타가 등장하고, 또 경쟁이 치열해져야 타이틀스폰서의 창의적인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내년에는 코리언투어에도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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