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지원 발언에도 전통시장 한산…백화점ㆍ대형마트는 예년 특수 기대
[아시아경제 유통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주말.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지만, 전통시장은 명절의 들뜬 분위기는커녕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 추석을 계기로 전통시장이 경기회복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상인들에겐 먼 나라 얘기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적던 재래시장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실속형 소비'와 '가치 소비'로 양극화된 가운데 실속형 소비는 대형마트로 몰리고, 가치 소비는 백화점으로 몰리면서 재래시장이 더 한산해졌다. 특히 올 추석을 앞두고는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20∼30% 더 저렴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마트가 더 저렴하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시장에서 명절의 들뜬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장사가 되지 않아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영등포 시장에서 십 수 년째 건어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혜자(53ㆍ가명)씨는 "해가 갈수록 젊은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나이든 단골들만 간간히 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양천구 목동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추석 명절이면 사람들로 한창 붐벼야 할 과일, 쌀, 곡물 가게 등에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상품이 그대로 진열돼 있는 곳이 많았다.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홍순자(57ㆍ가명)씨는 "추석과 같은 명절이 대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통시장이 어렵다"며 "IMF 때 보다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반면 백화점과 마트는 입구부터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지품 보관함은 이미 가득 차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쇼핑카트를 끌며 식품코너 안으로 들어갔다. 노부부, 젊은 신혼부부는 물론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침체돼 있던 소비시장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일주일 정도 추석이 남아 있어 두고 봐야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라면 예년의 특수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추석 선물세트 행사장은 귀성길 교통체증을 연상케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쇼핑카트를 끌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물건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올해 추석은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이 준비된 만큼 구매하는 선물의 양극화도 심했다. 한우는 구이류가 빠진 국거리와 불고기용, 굴비도 14만∼19만원 선의 합리적인 가격대 선물의 판매량이 많았지만 고가의 송이(60만원 이상)도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연산 송이를 판매하는 직원은 "물건이 있을 때 구해야지 워낙 귀하다 보니 없어서 못 판다"며 "선물용으로 수십개씩 주문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은 홍삼 코너에 사람들이 붐볐다. 직원이 서 있는 계산대 뒤로는 배송 나갈 홍삼 선물세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한 직원은 "구성에 따라 가격대도 다양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홍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선물로 무난해 많이들 찾는다"며 "9만5000원짜리 세트가 가장 잘 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화점과는 품질경쟁, 전통시장과는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마트는 중저가 세트를 특별할인하고, 고급 포장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고급 포장 서비스(유료ㆍ200~1000원)로 경쟁력을 높여 손님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기 품목은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의 식품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산은 창고형 마트의 장점을 살려 다품종을 대량으로 선보였다. 현장 판매직원 오혜자(42ㆍ가명)씨는 "마트에서 추석선물을 장만하는 고객 대부분은 부담 없는 가격대를 가장 고려하기 때문에, 20∼30%의 특별 할인과 구성을 통해 가격대를 낮췄다"며 "건강식품의 경우 구성이나 가격보다는 브랜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라 정관장 홍삼 등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트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직원 최은호(39ㆍ가명)씨는 "제품이 무겁고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 주문을 하겠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모바일 주문의 경우 별도의 할인을 받는 등 이벤트 혜택이 가능해 현장 구매는 줄어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통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