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계약 검증시 정부가 사업자인 석유공사에 자가검증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부실덩어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21일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9일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사 주식 100% 인수사업에 대해 해외자원개발사업법 제5조 제1항에 의거 해외자원개발사업계획신고서를 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에 제출했다.
당시 지경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에게 12월10일자 공문으로 '사업계획 자료의 계약 적정성과 기술·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12월16일까지 제출할 것을 의뢰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6일자 공문으로 "석유관련 일반적인 인수합병의 경우 확인매장량은 10% 할인된 순현가의 90%, 추정매장량은 50%를 자산가치로 산정하고 있는데,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를 인수합병하면서 할인율을 8%, 확인 및 추정매장량을 100%, 가능매장량 및 발견잠재자원량은 50%, 탐사자원량은 20%를 인정하는 등 상류부분의 자산가치를 과대하게 평가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지경부는 국책기관으로부터 보완·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도 석유공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 의원은 설명했다.
특히 석유공사는 지경부로부터 하베스트 인수계약의 적정성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받고 12월14일 모법무법인에 '해외사업 신고주체인 공사가 대상사업 계약의 적정성과 기술·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을 구했다.
해당 법무법인은 "귀 공사가 작성한 신고서를 제3자가 아닌 신고주체와 동일한 귀 공사가 조사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행위로서 해외사업법상 적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귀 공사가 작성한 신고서에 대해 동일한 기관인 귀 공사가 조사 의뢰를 받아 처리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자문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이 같은 법률검토 의견에도 "계약은 적정했고, 기술·경제적 평가는 기본적인 고려사항을 적절하게 반영됐다"고 평가한 검토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지경부 김상모 유전개발과장은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대해 경제성 및 기술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관이 부재했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석유공사 기술원에 검토를 의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희 의원은 "국책기관의 검토의견은 무시하고 석유공사의 자가검토를 토대로 해외사업계획 신고서를 접수했다는 것은 정부의 동조와 묵인 하에 하베스트 부실인수가 이뤄졌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며 "당시 최경환 장관이 정유시설 날까지 포함된 하베스트 인수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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