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노사정간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기업들간 온도차는 여전하다. SK, 포스코, 두산 등은 노동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를 앞다퉈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현대기아차, 금호타이어 등 일부 기업들은 노조의 반발로 아직까지 노사협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두산, SK, 포스코, 롯데, LS 등 최근 한 두 달새 6~7곳의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으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LG, 한화, GS 등도 주요 계열사는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일부 계열사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번 노사정 합의를 계기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할 기업과 기관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놓고 노사가 갈등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노조 반발로 노사협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현대기아차그룹 산하 사업장 18개 노조 연대회의 모임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을 기만하는 허울뿐인 임금피크제 도입을 규탄한다"며 "현대차 그룹과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금호타이어는 임금피크제가 올해 임단협의 최고쟁점으로 부상하며 지난 6일 직장폐쇄까지 단행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이 이미 도입한 제도를 금호타이어는 내년으로 유보하겠다는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는 사측이 올해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강행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온전한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경한 정책 행보와 노동계의 양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여러 방면으로 노동개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화답은 그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대타협을 통해 정부가 노동계를 달래는 정책만 내놓기보다 경제 발전을 위해 강력한 실행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 노조 등 노동계 전체에 파급효과를 크게 미치는 강성 조직이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에 있기 때문에 이들 노조가 돌발 행동에 나설 경우 이번 대타협의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동계의 돌발 행동"이라며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노동계가 양보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만 고집한다면 국가 경제 전체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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