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사진전 여는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미국ㆍ중국 등 10개국 23개 도시 누벼…"디자인 입혀 일상복으로 손색없어"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160㎝ 키에 아담한 체구, 굵게 땋아 등 뒤로 늘어뜨린 긴 머리. 옅은 미소를 띤 소녀 같은 얼굴 생김이 그가 입고 있는 잔잔한 꽃무늬 한복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한복여행가' 대표 권미루(35)씨의 첫인상이다.
지난 6일 만난 권씨는 한복여행가 모임의 4번째 사진전 준비와 한복과 고양이를 주제로 한 또 다른 프로젝트 전시를 기획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주일에 3~4일은 한복을 입는다는 그는 이날 굽 낮은 구두에 패션한복(기존 한복에 디자인과 실용성을 더한 제품)을 곱게 차려입었다.
권씨는 "스무 살 때부터 쭉 한복을 입어왔는데 예전에는 '무속인 같다, 한복 집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뗐다. 현재 그는 회원 수 3500여명의 비영리 민간단체 '한복놀이단'의 3대 단장으로 다양한 모임을 이끄는 한편 한복입고 여행가는 사람들의 단체인 한복여행가 대표로 활동 중이다.
한복 차림으로 10개국 23개 도시를 여행한 이력의 소유자로 유명세를 탄 그이지만 본래 직업은 한국취업진로학회 상임이사 겸 진로컨설턴트다. 인하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육심리 석사 학위를 딴 뒤 중앙대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권씨가 한복여행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한 데에는 한복 차림으로 2013년 광복절 플래시몹에 참여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당시 느꼈던 기쁨과 감동을 잊지 않고 국내외 여행 시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챙겨가 부지런히 입었다. 미국과 중국, 이탈리아, 네팔 안나푸르나 등 9개국에 이어 올여름엔 열흘 일정으로 몽골에 다녀왔다. 여행 당시 모습들은 3회까지 진행된 한복여행가 사진전을 통해 소개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오는 11~12일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4번째 사진전을 연다.
권씨는 "상황에 맞춰 입으면 한복도 충분히 일상복, 여행복으로 손색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며 "단순하게 우리 고유의 한복을 외국인들에게 알리자는 의도보다는 '옷'으로써의 한복의 매력을 공유하려 했다"고 말했다. '불편하다' '어렵다' '촌스럽다' 등 한복에 덧씌워진 편견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을 입고 카메라 렌즈에 그 아름다움을 담았다. 또 각각의 활동을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활발하게 공유하면서 10~20대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는 "한국인이 한복을 일상에서 입지 않게 된 것은 한복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일제의 영향이 크다"면서 "한복 대신 간편복과 몸빼를 입고 근대화를 거치면서 재봉패턴이 복잡한 한복 대신 서양복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통한복을 보다 간편하게 디자인해 '개량한복'이라 불리는 디자인도 그가 보기엔 잘못된 표현이다. 권씨는 "개량이란 나쁜 점을 보완해 더 좋게 고친다는 의미인데 한복은 그 자체로 미학적으로 완전한 옷"이라며 "외국인들도 한복을 korean dress(코리안 드레스)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발음 그대로 hanbok(한복)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복을 입기 전엔 이렇게 아름다운 옷인 줄 미처 알지 못했다"며 "깃과 동정, 고름, 치맛단 등 구성요소가 다양한 만큼 섬세하고 풍성한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대 초반 그가 처음 장만했던 한복은 분홍색 깃이 달린 흰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였는데 지금은 56벌로 늘었다.
권씨는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복을 입으면 더 특별한 의미가 담긴다. 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한복의 개념이 매우 한정돼있는 게 아쉽다"며 "세탁이 쉬운 면이나 리넨 소재, 입고 벗기 편한 최신 디자인들, 이 모두가 우리 고유의 한복이라 생각하고 보다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