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구리)=이영규 기자] 경기도 구리시가 외자(外資) 등 10조원을 들여 교문동 등 172만㎡에 무역센터 등을 짓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사업이 정부의 재검토 결정으로 좌초위기에 놓였다.
구리시는 정부의 전형적 탁상행정이 빚은 '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리월드디자인시티에 투자를 검토했던 일부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중국 상하이 등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8일 구리시에 따르면 시는 2009년부터 토평ㆍ교문ㆍ수택동 172만1000㎡에 무역센터, 대형 호텔, 외국인 주거시설 등을 건립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구리월드디자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0조원이며 2020년 완공 목표다.
이 사업은 올해 3월 국토교통부가 사업 대상지역에 대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조건부로 해제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지난 7월 지방재정 중앙 투자사업 심사에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업이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행자부는 당시 심사에서 구리시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확실한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한 뒤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행자부는 지방행정법 시행령에 따라 100억원 이상 사업은 지방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사전 심사를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행자부는 또 외부 전문 투자기관과 구리시가 맺은 계약서가 포함된 법적구속력이 있는 투자계획서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 부지에서 발생되는 개발이익금의 90%를 '친수법'을 적용해 환수해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리시는 지난 6년간 공들여 온 대형사업이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구리시는 월드디자인시티사업 부지의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지구 지정이 되면 3448억원의 시유지를 구리도시공사에 현물 출자해 이를 담보로 토지보상금 5359억원을 대출 받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구리시의 공사채 비율은 155%로 법적 허용치 400%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올해 운영 기준치 280%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치다. 여기에 구리도시공사는 부채가 없기 때문에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행자부가 이 사업의 재검토를 결정한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게 구리시의 주장이다.
구리시는 외국 투자기간과의 보다 구속력있는 계약서 제출에 대해서도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진행되는 부지는 사유지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개발을 위한 규제 해제 작업이 이제 진행되고 있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는 토지매매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구리시는 이외에도 행자부가 사업 부지에서 발생되는 개발이익금의 90%를 친수법을 적용해 환수해 가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적용한다면 어떤 기업도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게 구리시의 생각이다.
구리시 관계자는 "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추진되면 100억 달러의 외자유치가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FDI 순위 27위를 순식간에 10계단이나 끌어올려 말레이시아, 터키를 제치고 세계 17위권에 안착시킬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하루빨리 걷어내고, 인ㆍ허가에 대한 행정조치를 신속히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월드디자인시티 사업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 정부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최근 행자부 재검토 결정으로 커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떠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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