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중국이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준비 중인 전승절 기념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기념행사 내용과 취지를 알리는 중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나 현지 언론도 주최국 정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이들 3명을 가장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은 기념행사에 정상급 인사를 보내는 30개국을 공식 발표했는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나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과 러시아가 단연 눈에 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이 모두 불참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 정상의 참석이 시 주석에게 큰 힘을 실어준 셈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파격 대우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6번째 회담을 갖는 두 정상은 약 20분 간 공식 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경제ㆍ안보 현안과 한중관계의 발전적 비전을 밀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 후 중국 국가서열 2위인 리커창 중국 총리를 면담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한다.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통한 상호 경제이익 극대화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중국 서열 1, 2위 인사들과의 각별한 회동은 미국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참석을 결정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예우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파격대우가 실리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 협조를 이끌어내고, 중국 측이 꺼려하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약속 받아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전승절 참석의 명분으로써 우리측이 미국에 제시한 카드일 가능성도 있다.
북핵문제에 있어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북핵불용(北核不容)'으로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 5번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 측에 이 같은 뜻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시 주석은 북한을 구체적으로 지칭해 압박하는 '북핵불용'이란 단어를 수용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선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는 차원에서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핵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미일 3각 공조를 굳건히 하는 '균형외교'를 구사한다는 전략이다.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도 성과일 수 있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을 직접 설득하거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역할을 자임한다면 북한은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얻어진 남북화해 분위기를 항구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가깝게는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을 억지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 촉진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