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구조개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노동시장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근로자간, 산업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지적됐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 정책세미나에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일본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성과가 좋지 못한 산업에서 성과가 우수한 산업으로의 노동력 이동속도가 과거에 비해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뿐 아니라 근로자 간의 산업 간 양극화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건설업 등에서 좀비기업(이자보조의 성격으로 비정상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효율성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요소시장의 경직성이 반영돼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의 전반적인 자원배분 효율성은 점차 저하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한 구조개혁 정책의 적극적 추진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 기조 설정에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피크제 등 연공서열보다는 근로자의 생산성이 임금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한편 기대수명 증가에 비례해 근로연령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창업 활성화, 규제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 등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정규직 과보호 축소, 부실기업 인식에 대한 금융감독 강화, 산재해 있는 정책금융 축소, 각종 중소기업 보호정책 축소, 기업구조조정 관련 제도 정비 등을 꼽았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통화정책에 대해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을 강화해 금융시장의 잠재적 부실가능성을 축소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은 2~3%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가안정목표 준수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0년대 일본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목표에 '금융안정'이 추가된 점이 물가안정목표제의 취지를 훼손시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고령화와 복지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재정수요를 통제하는 한편 각종 비과세·감면 정책을 축소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경제와 일본 경제를 비교하는 배경에 대해 "최근 한국 경제 인구구조 관련 모든 지표는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거의 그대로 쫓아가고 있다"며 "성장률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특히 명목GDP 성장률 추이는 일본과 놀랍도록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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