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과정에서 보인 북측의 이례적인 태도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는 이같은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유지되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무박4일 43시간이라는 사상 초유의 장시간 회담에서 북한이 판을 깨지않고 끝까지 협상에 임한 점이다. 과거와 달리 대화 의지를 보이며 집중적인 협의를 펼친 것이다.
22일 오후6시30분부터 10시간 가까이 밤샘협상을 하고 다음날인 23일 오후3시30분부터 재개된 협상이 25일 0시55분 극적으로 타결되기까지 회담시간은 꼬박 43시간에 달했다. 남북회담이 이처럼 이틀연속 밤샘으로 이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북측 대표로 나온 황병서 군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이번 고위급 접촉 도중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종 결심과 훈령을 듣기 위해 간간히 정회를 요청하면서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또 우리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구면인 황 총정치국장은 공식 회담장 이외의 장소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따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 타결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5일 오전2시 정각에 "내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남 고위급 긴급접촉이 24일 끝났다"고 긴급 보도하며 공동보도문 전문을 함께 소개했다.
이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타결 소식을 발표한 시각보다 3분 빠른 것이었다. 북한 매체들은 모두 기관지로 검열 등을 받은 후 보통 시차를 두고 보도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합의문에서도 지뢰도발에 대한 북한 사실상의 사과를 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직접적인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표현이 쓰이긴 했지만 공동보도문 2항에서 북한은 유감 표명의 주체를 '북측은'이라고 주어로 밝히고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이라는 사건 내용을 적시하는 데 합의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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