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등을 짤 때 경제성장률 전망치 거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성장률 등 거시지표가 세수결손을 초래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이를 받아들여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크게 빗나가면서 세수결손을 낳고 이것이 다시 추가경정예산편성, 국채발행,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그런 점에서 '성장률 부풀리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정부의 방침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여전하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정부가 냉정한 판단으로 경제 전망치를 내놓을지 두고 볼 일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과도하게 높여 책정하는 관행이 지속적인 세수 결손을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고 "내년 예산은 그런 부분을 아주 엄격하게 해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기재부도 예산을 편성할 때 성장률 등 거시 경제지표 전망치를 현실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지표 거품을 없애겠다는 정부 다짐이 지켜질지 여부는 당장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내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각각 3.5%(실질)와 1.3%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 전망치는 한국은행(3.3%), 한국개발연구원(KDI, 3.1%), LG경제연구원(2.9%),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3%)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가 요동치면서 그 여파가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중국 성장률을 6.25%로 예상했다. 내년 우리의 경제전망도 당연히 보수적으로 손질해야 할 상황이다.
장밋빛 일색의 경제 전망이 낳는 부작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산 편성 당시 성장률 전망치와 실적치 사이에는 2~3%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경제전망이 쉽지는 않지만 이 정도 큰 오차라면 예측이라고 말할 수 없다.
빗나간 예측이 대규모 세수결손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10조9000억원의 세수결손을 내는 등 3년 연속 세수에 구멍이 났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내년 예산 편성부터 달라진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경제예측 관련 부서의 인력과 제도, 기구 등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경제를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보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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