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은 11일(현지시간) 크게 흔들렸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소식에 타격을 받은데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월간보고서의 공급 과잉 우려가 충격을 더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88달러(4.2%) 하락한 43.08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국제원유 가격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도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배럴당 1.21달러(2.40%) 하락한 49.20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중국인민은행의 위안화 가치 절하 조치는 원유수입 둔화 우려를 촉발했다. 당장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중국의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고 부진한 경기가 전세계적 원유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OPEC의 월간보고서는 원유 투자심리를 근간에서부터 뒤흔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2개 OPEC 회원국의 하루 산유량은 3150만 배럴로 조사됐다. 전월보다 10만700배럴 증가했고 2012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생산량이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달에 비해 하루 20만배럴 정도 준 1035만 배럴을 생산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원유 생산을 늘렸다. 증산은 이라크와 이란, 앙골라 등이 주도했다.
특히 이란은 원유시장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핵개발을 둘러싼 경제재재가 풀릴 경우 이란은 즉각적인 원유 세일에 나설 태세다. 이란은 이미 4000만 배럴의 원유를 원유탱크에 저장해두고 금수조치 해제만을 기다리고 있다.
OPEC의 월간보고서는 비회원국의 생산과잉에 대한 우려도 증폭시켰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올해들어 60만 배럴 늘어난 940만 배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WTI 가격 40달러선 붕괴가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저항선은 올해 장중 최저가인 배럴당 42.03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현상이 계속 맞물릴 경우 유가는 36달러에 이어 32달러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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