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절도·성범죄 무더위 때 기승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수은주가 섭씨 33도를 넘어선 지난 4일 오전 청주시의 한 외진 거리에서 김군(17)은 A양(17)을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는 A양을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군의 폭행은 그가 일행과 길을 가다 A양 무리와 시비가 붙으면서 일어났다. 김군 일행이 이를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A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A양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A양이 일행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홧김에 때리게 됐다"고 했다. 경찰은 김군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찜통더위로 '폭염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사소한 다툼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발한다.
푹푹찌는 여름은 절도범에게도 '성수기'다. '빈집털이범'들은 폭염을 피해 휴가를 떠난 가정을 노리고 있다. 6일에는 경기ㆍ인천일대 빈 아파트만 골라 4000만원 어치 금품을 훔친 혐의로 문모(52)씨 등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불이 며칠째 꺼진 아파트를 고른 뒤, 현관문을 뜯고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벤치에 잠든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며 호주머니를 터는 '부축빼기'범도 이 시기 자주 모습을 보인다.
옷차림이 가벼운 시민을 노린 '몰카족'도 무더위 때 활발히 움직인다. '몰카족'의 주 무대는 휴가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이다. 2일 제주 중문 색달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중국인 관광객 B씨(33) 등 2명이 서귀포경찰서에 입건되기도 했다.
범죄가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다는 사실은 연구결과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연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은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갈 때마다 폭력범죄 발생 가능성이 2~4%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등 신체반응이 빨라 사소한 일에도 폭력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ㆍ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23만4754건의 폭력 범죄 중 27%에 해당하는 6만4230건이 여름철인 6~8월에 발생했다. 다른 계절에 비해 많게는 5%, 적게는 2%이상 높은 수치다. 절도사건도 8만1145건(28.2%)이 여름에 일어나 계절 평균(7만1926건)보다 12.8%가 많았다. 성범죄는 여름에 8451건이 발생해 4424건인 겨울의 두배에 육박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철 특성 탓에 폭력, 절도, 성범죄가 느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대비책을 세우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현 신라대 공공인재학부 경찰전공 교수는 "폭염에 불쾌지수가 올라가니 자연스레 짜증섞인 폭력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문을 개방하거나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늘어 절도도 는다"면서 무더위에 너무 노출이 되지 않도록 불쾌지수를 관리해주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도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곳의 경우 순찰 횟수를 늘리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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