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롯데그룹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 파악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계열사는 들여다볼 수 있지만 해외법인의 지배와 출자구조는 파악하기가 불가능한 현행법을 놓고 당정이 동상이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해외계열사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 다른 재벌기업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의 지배구조 파악을 어렵게 만든 법은 공정거래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가 제한된 기업집단은 비상장기업이라도 최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법인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광윤사나 L투자회사 등 일본에 있는 계열사가 롯데 지배구조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가 5일 관련 브리핑에서 "광윤사 등이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해외 비상장사의 지분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수십개 대기업집단이 제출한 자료를 일일이 검토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업이 허위자료로 제출하거나 이를 거부해도 내릴 수 있는 처분은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고작이다. 공정위가 롯데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변을 받지 못해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도 공정위 조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공정위는 매년 한 차례 대기업집단 소유구조 현황을 공개하는데,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 참고할 뿐이다. 이 때문에 롯데의 지배구조는 61개 대기업집단 중 가장 복잡하지만 제대로 파악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롯데는 9만5033개의 순환출자고리를 142개로 대폭 줄여 허위보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6일 오후 열리는 당정회의를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에 현행법의 맹점을 보완한 개정을 당부해야 하지만 자칫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롯데의 해외계열사 관계, 순환출자구조, 위법사항 확인시 조치 등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는 일단 416개에 달하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해외법인과 비상장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또 롯데그룹뿐 아니라 삼성, 현대자동차 등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기업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는 점을 거론할 것으로 보여 법 개정 가능성은 낮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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