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이집트가 6일(현지시간)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식을 여는 가운데 정부의 경제효과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제2의 수에즈운하가 개통하면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현재 하루 평균 47척에서 2023년 97척으로 두 배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선박 통행료 수입도 현재 53억달러에서 8년 후 132억달러로 2~3배 늘 것으로 추산했다.
수에즈운하청은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전체 수에즈운하 통과시간은 기존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기시간은 평균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각각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회사 입장에서는 대기시간과 운하 통과 시간 감소로 연료비를 포함한 각종 선박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2의 수에즈운하는 지중해~홍해를 잇는 기존 수에즈 운하(총 길이 190.3㎞) 중 일부인 72㎞ 구간을 일컫는다. 72km 가운데 35km 구간은 기존의 운하와 나란히 새 물길을 낸 것이고 나머지 37km 구간은 새 물길 없이 운하의 깊이와 폭을 넓힌 것이다. 지난 1년간의 공사에 건설비 82억달러가 투입됐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이집트 정부가 제2의 수에즈운하 개통이 가져올 경제 효과가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기존 수에즈운하가 포화 상태가 아니었던 만큼 새 운하를 지나는 선박수가 급증해 단기간에 선박 통행료 수입이 2~3배로 늘기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해운시장 분석기관인 드루리의 네일 데이비드슨 애널리스트는 2008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가 하루 평균 58.5척에서 현재 47척으로 줄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세계 무역 성장세가 주춤 한데다 대형 선박에 한꺼번에 물건을 싣고 운하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선박 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 운하 개통으로 선박 통행료 수입은 늘겠지만 8년 안에 2~3배 증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이집트 정부가 어떻게 이러한 기대를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오후 1시45분부터 진행되는 제2 수에즈운하 개통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 40여명이 참석한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국에서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특사단이 참석한다.
행사장 인근에는 군인과 경찰 병력 25만명이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행사 마지막에는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념해 만들어진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된다. 이집트는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을 자축하기 위해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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