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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소금은 왜 짠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5초

함민복 시인은 '눈물은 왜 짠가'라는 짠한 시를 썼다. '눈물이 짜기는 왜 짜, 소금 성분이 들어있으니 짜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꼭 그 시를 읽어야 한다.


'눈물은 왜 짠가'가 아니라 '소금이 왜 짠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대학생들이 있었다. 소금이 짠 성분이니까 짜지, 그게 어떻게 논쟁 거리가 될까?

그 대학생들은 엄혹했던 박정희 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을 벌이다 구속돼 교도소 한 방에 수감됐다. 열정과 지적인 호기심이 넘치는 그들은 토론을 벌이다 논쟁으로 치닫곤 했다. 가끔 황당한 주제가 올려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소금은 왜 짠가'였다.


대학생들은 '입자파'와 '이온파'로 나뉘었다. 입자파는 "소금 알갱이 자체가 짠 맛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온파는 "소금은 물에 녹으면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으로 분리된다"며 "우리가 느끼는 짠 맛은 이온의 작용"이라고 맞섰다. 논쟁은 상대 진영을 인신공격하는 양상으로 흘렀다.

공방이 거듭됐으나 두 진영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결론에 이르는 길이 보였다. 한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풀려나게 됐다. 두 진영은 그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한다. "나가면 꼭 백과사전을 찾아서 소금이 왜 짠지 알려다오."


얼마 후 교도소에 엽서가 도착했다.


"학우들, 소금은 알갱이가 아니라 이온으로 변해서 짠 거라네. 건승을 비네. 아무개."


이 얘기를 보낸 이가 이온파였다면 대립은 종식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진실을 알린 대학생은 입자파였다. 팽팽하던 긴장은 금세 풀려버렸다. 교도소 그 방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김영현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짠 맛은 이온 가운데서도 나트륨 이온이 작용해 낸다. 그런데 나트륨은 혈압을 올려 많이 섭취하다 보면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에 노출된다.


짠맛을 내면서도 혈압을 올리지 않는 물질을 찾아내 음식에 간을 하면 어떨까? 칼륨이 그런 물질이다. 칼륨은 몸 속의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함으로써 나트륨으로 인한 혈압 상승 압력을 덜어낸다.


그럼 나트륨과 칼륨을 섞은 저나트륨 소금을 만들면 어떨까? 이미 나왔다. 보통 소금에는 나트륨이 88% 들어 있는데 저나트륨 소금은 염화칼륨을 첨가해 나트륨 함량을 28~60%로 줄인 제품이다. 그러나 칼륨에도 부작용이 있다. 칼륨 과다섭취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심장마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트륨도 칼륨도 탓할 게 아니다. 적게 먹는 것 외에는 정답이 없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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