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연하장, 전단지, 영수증, 통장….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종이에 기반을 뒀다가 온라인에 밀려났다는 점이다. 연말연시 우표를 붙여 연하장을 보내던 모습은 카카오톡 문자로 대체됐고, 매일 신문에 끼워 날아오던 백화점 전단지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2017년부터는 영수증과 통장까지 전자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렇다보니 최근 기업들도 블로그, 웹진 등으로 '종이사보'를 대체하고 있다. 담배 한 개비씩 물고 사보 인쇄물을 돌려보던 직장인들의 모습이 어느덧 추억이 되고 있다.
31일 국내기업이 발행하는 사내신문 중 가장 오래된 '포스코신문'이 지령 제1081호를 끝으로 개간 21년만에 종간했다. 포스코는 종이신문을 대체할 온라인 기반의 '포스코미디어'를 개설하고 실시간으로 사내 소식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1994년 6월에 창간한 포스코신문은 국내 최고(最古)·최장(最長)의 신문형 사보로 발행 부수가 매주 7만~12만 부에 달했다. 포스코그룹의 성장과 발전, 혁신을 대내외에 전달하며 포스코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왔다. 신청만 하면 누구에게나 무료 배포했었지만, 최근 사내 방송과 블로그 등의 산발적인 미디어를 통합해야한다는 의견을 수렴해 종이신문은 중단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전직원들에게도 회사정보를 적시에 알리고, 양방향 소통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온라인툴로 바꿨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기업 사내보, '두산'도 올해 인쇄발행을 중단했다. 1960년 16절지 갱지에 8페이지 등사판으로 두산사보의 전신, 'OB뉴스'를 창간한 지 55년만이다. OB뉴스는 1978년 OB그룹이 두산그룹으로 변경, 사보명을 '두산'으로 바꾸기까지 매년 3만부씩 발행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매거진 형태로 전환하며 종이사보의 종언을 고했다.
삼성그룹 역시 올해부터 종이사보를 더 이상 발행하지 않는다. 삼성은 1964년 3월 사내보 '삼성'을 창간, 2009년 폐간했다가 같은 해 7월 사내외보인 '삼성&유'를 격월로 재창간했지만 현재 온라인 웹진으로 돌리고 월2회 발행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며 '전자사보' 시대를 알린 곳은 LG다. LG는 1978년 7월 책자형태로 사보를 발행해오다 2010년 384호를 마지막으로 종이사보를 접었다. 이후 전자사보 형태로 변경해 '프라이드LG'를 제작하고 있다. 전자사보 이후 오히려 해외 임직원들로까지 구독 대상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종이사보의 종식'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경제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초창기 8매, 10매로 발행된 사보는 점차 값비싼 재질의 종이에 40매, 50매 컬러제작으로 변경되며 적잖은 비용을 발생시켜왔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1만부씩 사보를 제작할 경우 3억원이 소요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격주 사보지 '행복날개'는 2007년 8월 3600부로 출간했다가 최근 부수를 2700부로 대폭 줄였다. 온라인상으로도 사보 PDF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쇄물 제작에 굳이 비용을 쏟지 말자고 판단한 데에 따른 것이다. SK그룹도 1972년 당시 그룹명인 '선경'으로 사보를 창간했지만 2010년부터는 종이사보 외에 웹북 형식으로 동시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종이사보를 유지하는 곳이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다. 한화그룹 정도만이 종이사보에 여전히 애착을 갖고 있다. 한화는 한 해 15억원 가량을 사보제작에 투입해 5만부씩 찍어내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강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970년 1월 '다이나마이트 프레스'로 창간한 이후 현재 '한화·한화인'으로 변경하기까지 500호를 발행했다. 올해 사보 45주년을 맞은 한화는 사내 정보공유 채널 등을 통해 그룹의 기업문화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대에 맞게 매체의 형태는 변경되지만, 사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사보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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