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단에서 4대강 관련 댓글 등 홍보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외부인에 말해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국가정보원이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을 외부에 발설한 직원을 강등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당 직원이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23년째 일한 김모씨는 지난해 4월 강등조치를 당했다. 김씨가 강등당한 이유는 전직 국정원 동료였다가 퇴직해 민주통합당 당직자로 일하던 김모씨에게 전화로 댓글공작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국가정보원 양측에 따르면 김씨는 민주당 당직자가 국정원의 동향을 묻자 "심리전단에서 4대강 관련 댓글 등 홍보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의 징계 혐의에는 민주당 당직자 김씨를 지원했다는 이유도 추가로 적용됐다. 국정원 직원 김씨는 스마트폰을 국정원 본청에 5회, 지청에 2회 들고 들어갔다. 이 전화로 2012년 7월부터 10월까지 민주당 당직자와 22차례 통화했다.
김씨는 검찰에 있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기로부터 들은 모 건설사에 대한 수사 내용을 해당 민주당 당직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핵심 인사에게 민주당 당직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결과로 이 인물은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하게 됐다.
국정원은 김씨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 의무) 및 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 보안업무관리규정 제71조(정보통신장비 반출·입 규제)등 위반으로 원직원법 제24조 제1호 (법령위반)의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를 강등시켰다.
김씨는 이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민주당 관계자에게 국정원의 4대강 사업 관여가 부적절하다고 투덜거렸을 뿐 국정원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는지, 심리전단의 편제가 어떻게 되고 주요업무와 편제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이야기를 하려고 스마트폰을 국정원에 반입한 것은 아니며, 건설사 비자금관련 내용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을 언급했다"며 국정원장을 상대로 강등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김씨의 이 같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비록 해당 민주당 당직자가 국정원에 오래 근무했기에 심리전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거나 김씨가 일반적인 불만 토로에 그쳤다고 해도 비밀을 엄수했어야 한다고 봤다. 김씨의 동료가 퇴직 후 정당활동을 했고 그가 말한 내용이 국정원 조직과 내부 운영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정원 업무상 얻은 모 건설 비자금 수사 내용을 민주당 당직자에게 알려주고, 안철수 캠프에 들어갈 수 있게 소개한 행위도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록 김씨의 행동이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정원 직원이 특정 정당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다른 정치인을 소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충분히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객관적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을 국정원에 반입한 것도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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