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조 X파일] 10살女 ‘몸캠’ 요구 男, 무죄 뒤집힌 이유

시계아이콘02분 1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동복지법 위반 1심·2심 ‘무죄’, 대법원 파기환송…육체적 고통 없어도 성적학대 처벌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10살에 불과한 소녀 B양과 영상통화를 했던 20대 초반의 남성 A씨가 있다. A씨는 영상통화 과정에서 B양에게 속옷을 벗고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 달라는 이른바 ‘몸캠’을 요구했다. B양은 이에 응했다. A씨의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행동일까.

여기에서 상식과 법적 판단이 충돌한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할 때 당연히 처벌받을 행위로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도대체 어떤 논리로 그런 판단을 한 것일까. 그러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도 받아들였을까.


이번 논란은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인터넷 게임 ‘러브○○’을 통해 B양을 알게 됐다. A씨는 며칠 사이에 50여 차례의 음성통화와 SMS를 통한 연락을 시도했다. 성인 남성과 10살 소녀가 전화 통화나 연락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다.

문제는 A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해왔다는 점이다. A씨는 B양을 알게 된 후 며칠 사이에 3회에 걸쳐 영상통화를 통해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B양은 영상통화 과정에서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는 행동을 그만하겠다는 의사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A씨가 행동을 멈추게 된 것은 B양의 어머니가 영상통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였다. B양 어머니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제야 A씨는 B양과의 전화통화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 X파일] 10살女 ‘몸캠’ 요구 男, 무죄 뒤집힌 이유 대법원
AD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담긴 내용을 보면 A씨 행동은 법을 위반한 행위로 판단할만 하다. 법원도 그렇게 판단했을까. A씨는 병역수행 과정이어서 그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은 군사법원이 담당했다.


보통군사법원은 1심에서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단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는 행위자가 아동으로 하여금 제3자를 상대방으로 해 음행을 하게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일 뿐 행위자 자신이 직접 그 아동의 음행의 상대방이 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볼 것은 아니다.’


A씨가 제3자를 상대로 B양에게 행위를 하도록 강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상대방이 돼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아동복지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말로 본인을 상대로 10살에 불과한 여자 아이에게 '몸캠'을 요구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에 따른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일까.


흥미로운 부분은 2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2심은 고등군사법원이 담당했다. 판단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만일 행위자 자신이 아동의 음행 상대방이 되는 것까지도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아동을 대상으로 해 성행위 등을 시도하려고 하는 모든 행위가 위 조항들에 의한 처벌대상으로 되는 결과가 된다.’


아동복지법 위반에 따른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2심 법원 판단의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1심과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A씨 행동은 무죄가 될 수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성에 대한 B양의 무지와 타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용해 신체 은밀한 부위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A씨의 이러한 행위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10살에 불과한 B양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상당히 미약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특히 어떠한 행위 강요가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고통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성적 학대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대법원은 ‘최고 법원’ 역할을 한다. 대법원 판단은 중요한 판례가 돼서 하급심 법원 판단의 참고자료가 된다. 대법원이 갑자기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적장애 2급인 10대 여학생에게 휴대전화로 가슴 사진 등을 요구해 받은 혐의로 기소된 C씨의 상고심에서 아동복지법상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일관된 논리에 따라 ‘아동 성 보호’에 무게를 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10살 여자 아이에게 ‘몸캠’을 요구했던 남성의 무죄 선고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유죄 판단 취지를 담아 A씨 행동에 대해 다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