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제일모직이 4000억원대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제일모직보다는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하회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견을 일제히 내놨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이번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17일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 이후 주가가 12.5% 하락함에 따라 주주친화 정책 일환으로 시행됐다"면서 "주가에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며 반대매수청구권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유통 주식 지분율은 19.4%에 불과해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주가 하방 경직성은 충분히 확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한 상태라서 이번에 동참하지 못했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되는 제일모직의 주가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익거래로 인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 비율이 합병 비율(1대 0.35)로 수렴하는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련 리스크가 큰 피합병법인 삼성물산의 시름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달 30일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열리는 삼성전자 기업설명회(IR)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돌아선 투자자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라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며 "현 시점에서 제일모직의 주력인 바이오, 패션, 건설 사업이 당분간 의미 있는 실적을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배당금은 통합 삼성물산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완화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250만주(4400억원 규모)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매입이 끝나면 제일모직의 자사주 지분율은 14.1%에서 15.95%로 1.85%포인트 상승한다. 합병 삼성물산 기준으로는 12.33%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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