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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稅감면 축소'…이 민감카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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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수입 늘리려면 꼭 건드려야할 대목인데, 꺼내자마자…
"투자로 경제 살리라면서요?" 재계 등 전화 하루 수십통


'기업 稅감면 축소'…이 민감카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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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내달 초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비과세 및 감면 축소를 골자로 세수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야당은 연일 법인세 인상이 정답이라고 압박한다. 특히 실질적으로 세금부담이 커지는 재계 반발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23일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동시에 경제5단체, 각종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건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과세 형평성을 어떻게 높일지와 경기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세법 개정안은 무엇인지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 압박에 정부는 일단 대기업 비과세ㆍ감면 축소 카드를 꺼내놓은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ㆍ개발(R&D) 비용 세액공제 감축이다. 대기업 비과세ㆍ감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R&D 공제를 축소하면 증세 없이도 세수결손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정부는 기업이 2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해연도 관련 지출액×25%(대기업 2~3%)'로 계산하는 당기분 방식과 '(당해연도 지출액―직전연도 지출액)×50%(대기업 40%)'로 산출하는 증가분 방식이다.


정부는 작년에 자산 규모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당해연도 투자액 공제를 축소(3∼6%→2∼3%)했지만 직전 연도 지출액 증가분 방식은 손 대지 못했다. 그러자 대기업들이 주로 직전 연도 지출액을 선택, 총 감면액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직전 연도 지출액 기준을 현행 '증가분의 40%'에서 30%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기류를 전해들은 재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정부의 R&D 공제 축소 방침에 대해 "단기 세수 확보에 치중해 미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지금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을 더욱 독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직 세수만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야당 주장처럼 법인세 세율을 올리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대기업의 모든 비과세ㆍ감면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손질하는 것이므로 문제시하거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중소기업계도 정부의 세수 확충 방안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설비투자의 효과적인 수단인 중소기업투자세액공제 일몰을 연장하고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일몰 예정인 신성장동력ㆍ원천기술 분야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면서 "현행 공제율(30%)은 일반 R&D 공제율(25%)과 차이가 5% 밖에 나지 않아 유인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는 고소득층에게 부여했던 하이일드펀드, 선박펀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은 물론이고 종교인 과세까지 추진하는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말하는 '과세형평성 제고'가 옳은 방안이긴 하나 요즘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는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며 "내수 진작,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주창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세수 확충에 나서면 경제주체들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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