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표 잃을 각오를 하겠다"고 천명한 하반기 노동개혁의 골자는 노동유연성 확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상반기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두 핵심 이슈가 정치권에 의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셈이다.
여기에는 왜곡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배경이 됐다. 정년연장제도가 정착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향후 5년래 노동개혁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고용-분배-성장'의 삼각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정청은 22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노동개혁을 위한 의제를 조율한다. 이어 정부는 다음달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노동계에서 '쉬운 해고'라고 반발한 근로계약 변경ㆍ해지 가이드라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기간제ㆍ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이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이 노동개혁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져있었던 노동개혁이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15~64세 인구가 줄어드는 향후 5년이 일자리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고용률이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하면 복지수요 증가와 맞물려 고용-분배-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근로계약ㆍ취업규칙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저성과근로자나 근무태도 불량 직원에 대해서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사측의 입맛에 따라 악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 등 취업규칙을 바꿀 때 노조 동의를 완화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역시 정부와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노동법 체계를 행정지침으로 무너뜨리려는 독재적 발상, 모법에 위배되는 행정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지수는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깝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개혁은 90%가 근로자들을 위한 개혁"이라며 "사회의 안정성과 유연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노동개혁 과제는 임금피크제다. 정년연장제도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3∼4년간 청년고용 등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금피크제 확산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장년층 일자리 불안과 청년들의 신규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정년연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며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에까지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유연성뿐 아니라 고용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의 근속기간(5.6년)은 영국(8.2), 덴마크(7.6), 프랑스(11.4), 독일(10.7) 등 타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동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임금ㆍ처우를 끌어올리는 임금체계 개혁이 필수"라며 "노동시장 유연성만으로는 구조개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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