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5번째 매각 불발 위기에 몰렸던 우리은행이 다시 한번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부가 우리은행의 민영화 성공을 위해 올해로 예정했던 매각 일정까지 연기하면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새롭게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과점주주 매각은 특정 기관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4~10%씩 쪼개 파는 것이다.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우리은행 내부에서도 원했던 방식이다.
21일 공적관리위원회의 '매각 방안 결정' 발표 후 우리은행 직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점매각 방식'을 새롭게 추진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민영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이날 오전 임원 회의에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이 추가된 만큼 우리가 그동안 민영화를 위해 공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며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과점주주 방식이 매각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단일 대주주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 우리금융의 색깔이 옅어질 수 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더 선호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KB, 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특별한 대주주가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은행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경영권 지분을 일괄 매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여러 명의 주요 주주들에게 지분을 나눠파는 방식을 통해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 방식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공자위가 이날 구체적인 매각 일정을 내놓지 않아 매각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한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또 다시 초조하게 매각 일정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우리은행 다른 관계자는 "과점주주 방식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나오지 않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매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불안해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이 지연되면서 작년 1만2000~1만3000원대였던 주가가 8000~9000원대로 폭락할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며 "초저금리 기조로 주가가 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매각이 계속 늦춰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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