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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연기금 타이틀 무색한 국민연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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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세계' 타이틀 선수가 독립성·전문성이 없다

미국·노르웨이 등 주요국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익률
1%P만 올라도 한해 5조 추가 수익…후진국형 지배구조 문제
인력도 기금운용본부 자체 선발 못해 정부 승인 거쳐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삼성은 한숨 돌렸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이제 시작입니다. 갈 길이 멉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에 맞서 합병 의결에 성공한 지난 17일 만난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의 푸념이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이번 합병 건의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행사한 대가로 엘리엇과 투자자ㆍ국가 간 소송(ISD)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사실상 타깃은 한국 정부가 아닌 공적 유관 기관인 국민연금이 될 것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요새 국회에서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를 준비하느라 밤낮이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배경을 묻는 질의 외에도 일부 의원 입장에서는 괘씸죄가 더해진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모든 일을 160여명에 불과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이 맡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민연금은 설립 후 27년여 만에 기금 자산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현주소는 세계 3대 연기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노후와 직결되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전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하위권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4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를 보면 2009~2013년 국민연금의 연평균 기금운용 수익률은 6.9%로, 미국(13.1%) 노르웨이(12.0%) 캐나다(11.9%) 네덜란드(11.2%) 등 주요 연기금 수익률에 못 미쳤다. 우리처럼 채권 투자 비중이 큰 일본(5.7%)만 수익률이 더 낮았다. 단순 계산하면 기금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한 해 5조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8년 미뤄져 보험료를 2%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만 높여도 기금 고갈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산정책처가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2043년부터 줄기 시작해 2060년에 고갈될 전망"이라며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기금운용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 조직화하자는 논의가 재점화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저조한 기금운용 수익률은 국민연금의 유연성 떨어지는 자산배분 전략과 운용 인력 부족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매년 향후 5년 후의 자산배분 전략을 짜는데, 위원 20명 중 10%인 2명만이 국민연금 사정에 능통한 전문가다. 나머지는 정부 고위공무원이나 각 단체 대표자로 구성돼 있다. 해외 연기금 대비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규제한 것도 초저금리 시대 수익률 확보에 걸림돌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단 한 명의 경력 직원도 뽑지 못했다. 전문성을 갖춘 운용역이라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선발할 수가 없다. 기금운용본부는 충원 시 국민연금 상위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가능한 구조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65명을 채용하는 중인데 전북 전주시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오히려 인력 수급은 어려워졌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 등 이해관계자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수백명의 운용역과 시스템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는 해외 연기금의 수익률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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