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다 야당 과거·글로벌 트렌드 거론하며 압박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기획재정부가 법인세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점점 더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7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다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 번 내린 법인세를 올린 적이 없다"며 야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 사실상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의 법인세율 인상 요구를 우회적으로 피해갔다.
당시 그는 세수펑크로 세입경정을 하게 된 데 대해 "재정을 책임진 경제부총리로서 송구스럽다"며 사과까지 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 요구가 사그라들지 않자 최 부총리는 그 다음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경제가 조금 살아나려고 하면 재정건전성을 위해 소비세와 법인세를 올리려다 주저앉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산 증거"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는 건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같이 밟는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 비해 한층 수위가 높아진 발언이었다.
급기야 17일 회의에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법인세율 인하 얘기까지 나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김대중 정부가 기존 28%에서 27%로 낮췄고 노무현 정부 때는 25%가 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다시 22%로 인하했다.
최 부총리는 야당의 뿌리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법인세율을 내린 뒤 그대로 둔 점을 상기한 데 이어 '글로벌 트렌드'를 강조했다. 그는 "재정위기가 발생한 그리스, 멕시코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최근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나라가 없다"면서 "세계적 추세를 거슬러 법인세를 올리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야당 의원들을 몰아붙였다.
기재부를 필두로 여당, 청와대 등이 법인세율 인상 절대불가론을 펼침에 따라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론은 다소 탄력을 잃는 모습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사령탑을 지낸 인사들마저 16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세입추경 불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 야당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한편 국회 기재위는 16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추경안 심의에 나섰으나 법인세 인상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회의가 결국 파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기재부에 추경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정부는 법인세제 개편을 포함한 구체적인 세입 확충 방안을 강구하고 국회와 토론한다"는 내용의 '부대 의견'을 달 것을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법인세 인상 논의를 시작하자는 야당 요구에 "비과세 감면 등을 정비해 대기업이 좀 더 세수를 부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나머지 몇 가지 세입확충방안을 담아 국회에 제출하겠다"면서 "현실적으로 법인세를 손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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