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17일 엘리엇에 낙승을 거두며 합병에 성공, 삼성그룹발(發) 재계의 사업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업재편은 그 특성상 당장의 생존을 위하는 목적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된다.
사업재편의 방식도 인수합병과 매각, 통폐합, 구조조정, 재배치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고 사업재편 대상도 부실·한계기업은 물론이고 정상기업, 흑자기업도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재계는 그러나 일본의 산업활력법에서 착안해 정부가 만들고 국회에서 의원발의된 한국판 원샷법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연구용역안을 바탕으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제정안은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정부에 신청해 민관합동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지원대상으로 했다.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에 필요한 절차간소화 및 세제·금융지원, 규제 불확실성 해소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받는다. 우선 소규모합병 요건이 완화되고 주주총회 소집기간 단축, 지주회사 규제의 한시적 연장 등 절차적 규제가 완화된다.
현재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의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나 일정한 요건 하에 2년의 유예기간을 인정하도록 했다. 제정안은 이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되 3년 후에는 자회사 주식의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당초 규제를 준수하도록 했다.
세제상 지원도 강화된다. 신사업 진출시 가장 큰 애로인 규제·법령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관련 규제·법령의 해석 및 적용여부를 사전에 주무부처가 미리 확인하도록 했다. 기업이 규제도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보완조치계획을 제시할 경우, 규제소관부처가 타당성을 심사해 해당규제의 특례를 제공하는 창의적 규제개선 시스템(기업실증특례제도)을 도입한다. 특히 기업의 사업재편이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 및 혁신 노력이 촉진돼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대상기업이나 지원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먼저 과잉공급 분야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면 기업활력 제고가 아닌 부실사업 정리제도로 전락할 수 있고 사실상 정부가 해당업종을 과잉공급분야라고 낙인찍는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신사업 진출도 과잉산업을 정리하고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은 정상기업의 사전적 사업재편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법 취지와 배치되므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특히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합병이 무산된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상장주식의 경우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일부 소수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 남용*이 사업재편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사업재편의 또 다른 걸림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다. 제정안은 주무부처에 사업재편을 신청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도 청구한 것으로 간주토록 되어있다. 경제계는 실질적으로 단축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해 심사기간 자체를 단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제계는 계열사 지분규제, 증손회사 소유제한 등 지주회사 행위제한 유예기간도 연장을 포함한 사업재편 기간 전체와 동일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세법상 특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데 대해 경제계는 사업재편에 따른 등록면허세 감면, 적격합병ㆍ분할 요건 및 사후관리 합리화, 중복자산ㆍ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등 세제지원 방안이 특별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등록면허세 감면 등은 세수감소는 크지 않으면서 시장과 기업에 주는 시그널링 효과는 크고, 사업재편 촉진으로 기업경쟁력이 강화되면 장기적으로 세수증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사업재편 지원제도중 등록면허세 감면 등 세제지원을 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