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SK(주)와 합병을 앞둔 SK C&C가 1000여명의 직원을 SK텔레콤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합법인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1일 SK(주)와 합병을 앞둔 SK C&C의 직원 1000여명을 SK텔레콤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 C&C 한 관계자는 "약 1000명의 직원을 이동시켜 SK C&C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 SK텔레콤은 소비자 거래(B2C) 사업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SK텔레콤의 통합 사업부문 SI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분사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의는 SK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과 무관치 않다. 통합 SK가 보유한 SK C&C의 IT서비스 부문을 분할,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과 맞바꿀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분 구조상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통합 SK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위해 통합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 C&C 사업부문의 조정이 단행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예컨대 통합 SK의 손자회사(SK하이닉스)가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서 기업을 인수합병(M&A)할 경우, 그 기업(증손회사)의 지분을 전량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통합 SK의 자회사가 되면 인수합병시 '지분 100% 매입'이라는 짐을 덜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1대 주주는 SK텔레콤(지분율 20.77%)이다. SK C&C의 IT서비스 부문과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을 맞바꾸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통합 SK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며 "SK하이닉스의 M&A 물꼬를 트기 위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한편 SK C&C는 이에 대해 "직원 1000명이 이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IT사업이 분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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