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9일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예상된 행보다. 작년 8월 후 네 차례의 금리인화와 정부의 정책에도 실물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내리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닷컴 버블 붕괴 및 미국 9ㆍ11 테러가 겹쳤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당시를 제외하고 기준금리가 2개월 연속 인하된 적이 없다. 2001년의 경우 7월부터 9월까지 3차례의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4.00%로 낮췄고 2008년엔 10월9일 연 5.00%로 낮춘 후 5번을 추가로 더 인하해 2009년 2월 연 2.00%까지 떨어뜨렸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594조5000억원으로, 한달만에 8조1000억원이 늘었다. 전달 증가폭 7조3000억원보다는 8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로써 은행 가계대출은 올 들어 6개월간 33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작년 1년간의 증가액 37조3000억원의 90%를 넘은 규모다. 지난달 연 1.50%로 기준금리를 내린 게 가계부채라는 불에 기름을 쏟은 셈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전해지면 1100조원대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결정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의 주식시장 급락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그리스와 관련한 직접적인 위험노출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충격은 미약한 편이지만 중국발 경착륙 위기와 결합할 경우 자칫 수출 부진,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폭락 등 대외악재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12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금리인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 여건이 계속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은이 연 1%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금리를 더 이상 내리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금리가 우리 역사상 최저 수준인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 금통위가 하반기에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유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8월 까지는 경제지표를 확인해봐야 금리 인하 논의를 해볼 수 있다"며 "통화정책 여력이 많이 소진 됐기 때문에 함부로 여력을 소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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