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국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A사 매각전을 주관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인수 가능성이 있는 몇몇 기업들에게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관심 없다"였다. 할 수 없이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에게 인수 의사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대기업이 단독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어졌다"며 "PEF 없이는 M&A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국내 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PEF. 국내 M&A시장을 위협하는 세력에서 주류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정체는 대부분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M&A시장에서 PEF의 장점 중 하나가 익명성인 이유다. PEF에는 슈퍼리치급 개인과 은행 등 기관, 기업들이 모두 섞여 있다.
칼라일그룹 아시아 대표 출신인 김병주 회장의 MBK파트너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의 변양호 대표의 보고펀드처럼 인지도가 높은 대표만 드러나는 게 대부분이다.
국내 PEF들도 약진하고 있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 M&A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외국계 PEF다.
이는 외국계 PEF들의 자본규모가 막대한 데다 국내에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가 엄격히 제한돼 있어 사실상 인수자본을 형성할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이익을 해외로 가져가기 쉽고 세금을 회피할 방법이 많다는 점도 외국계 PEF의 한국 공략 확대의 배경이다.
하지만 기업과 다르게 PEF들의 인수 목적은 다르다. 철저하게 수익 창출이다. PEF는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펀드'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PEF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인수한 후 가치 높이기에 주력한다.
경영권을 인수한 뒤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수된 기업은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2013년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 인수된 로엔은 지난해에는 매출 3233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기록하는 등 불과 2년 만에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어났다. 실적 증가로 로엔은 올 들어 주가가 두배가량 올랐다.
코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웅진 사태'로 인해 급격한 영업력 저하로 고전하던 '옛 웅진코웨이'는 2013년 PEF 운용사 MBK에 인수된 이후 영업실적이 급격히 호전됐다. 코웨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12년 1조9928억원, 2261억원에서 2014년 2조1603억원, 3644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하지만 PEF 투자 기업들은 언제나 M&A 가능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PEF가 기업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다시 M&A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PEF 투자 기업 중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꼽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보유한 G&A PEF는 중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인수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로엔과 코웨이는 향후 1~3년 내에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을 보유한 PEF들은 투자기간이 2년가량 지난 상황으로 차익 실현을 위해 해당 기업을 내년 이후 매물로 내놓을 전망이다.
로엔과 코웨이는 뛰어난 현금 창출력을 보유한 우량 기업으로 M&A시장에서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여전히 이들에 대한 먹튀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본 입찰 후보로 국내외 PEF 4곳이 선정되자 유통업계 안팎에서 과거 외환은행 사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국 정부와 5조원대의 국가 소송을 진행 중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2조1500억원에 인수한 뒤 2012년 3조9000억원에 팔았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 지분을 처분, 투자원금의 3배를 챙겼다. 한미은행에 투자한 칼라일컨소시엄은 36.6%의 지분을 씨티그룹에 넘기면서 2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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