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가뭄·일조량 증가…"신곡수중보 영향" 주장도 제기 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마른 장마' 속에 한강유역에 비상이 걸렸다. 한강 잠실수중보 하류구간(잠실대교~행주대교)에 15년만에 처음으로 조류경보(藻類警報)가 발령됐다.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그것도 하류구간에서부터 상당한 양의 조류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신곡수중보'를 둔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를 기해 한강 양화대교~행주대교 구간과 행주대교~잠실대교 구간에 각각 조류경보와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통상 조류주의보는 남조류세포수가 500 cells/㎖, 클로로필-a가 15㎎/㎥ 이상으로 나타날 때, 조류경보는 남조류세포수가 5000cells/㎖, 클로로필-a가 25㎎/㎥ 이상일 때 발령된다.
앞서 지난 2000년 조류경보제가 도입된 이래 한강 서울구간에는 5년에 걸쳐 총 8회의 조류주의보(2000ㆍ2001ㆍ2006ㆍ2008ㆍ2012ㆍ2014)가 발령된 바 있다. 한강 서울구간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된 것은 경보제 도입이래 처음이다.
전날 시가 잠실수중보 하류 5개 지점(성수ㆍ한남ㆍ한강ㆍ마포ㆍ성산대교)에 대한 조류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최서단인 성산대교 지점에서는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수가 각각 75.1㎎/㎥, 2만7076cells/㎖으로 조류경보 기준을 초과했다. 나머지 지점 역시 클로로필-a와 남조류세포수가 각각 22.9~49.21㎎/㎥, 567~4588cells/㎖ 수준으로 조류주의보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빠른 조류발생= 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남조류의 우점종(優占種ㆍ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로, 독성물질 발생 여부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발령된 조류경보는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빠르다. 2000년 이래 지금까지 가장 빠른 조류주의보는 7월 중순(2008년)이었다. 조류수준을 나타내는 남조류세포수도 2만7076cells/㎖으로, 지금까지 최고기록인 1만5910cells/㎖(2008년)의 1.7배 수준이다.
이는 일단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뭄의 영향이라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월 서울의 누적강수량은 153㎜로 예년 대비 60% 수준에 그치는데다, 일조시간도 213시간에서 290시간으로 확대 된 만큼 녹조가 발생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하류→상류 향하는 '상식 밖' 현상= 올해 조류현상의 특징은 통상 상류에서 하류로 번지는 조류현상의 특성과 달리, 잠실수중보 상류구간에서는 특기할 만한 조류현상이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북한강 수계에서부터 조류가 떠내려오면서 하류에도 증식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라며 "하류구간에만 조류가 많이 발생한 것은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잠실수중보 상류구간(강북ㆍ암사ㆍ자양ㆍ풍납취수장)에서는 현재까지 기준을 초과하는 남조류세포수 등이 검출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지점은 클로로필-a와 남조류세포수가 각각 5.3~20.6㎎/㎥, 40~370cells/㎖로 측정됐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조류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신곡수중보'를 꼽고 있다. 신곡수중보는 지난 1988년 행주대교 하류 3㎞ 지점에 조성된 1007m 규모의 수중보로, 상부구간에는 김포대교가 설치돼 있다.
시는 현재 신곡보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한강 경관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철거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국토교통부 등은 이 수중보가 인근 습지를 보호할 뿐더러 농ㆍ공업용수를 조달하는 근원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현재 한강 하류구간에서부터 조류가 확장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막은 신곡보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고 "신곡보 철거 논의를 보다 심도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재식 시 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장은 "조류경보제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처음 발생한 이번 조류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상·하류 여러 지점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