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훈풍에 투자수요까지 가세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훈풍에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올 들어 분양권 전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29일까지 2312건의 서울 아파트 분양권이 거래됐다.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 건수(1045건)의 두 배를 넘어선 상황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 건수(2942건)와도 불과 630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월 평균 거래 건수가 385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세 달 안에는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최근 분양시장이 좋다 보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한 투자자들이 분양권 전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입주 시점에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 조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먼저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못 이겨 내 집 마련을 하고자 청약에 뛰어든 실수요자들이 당첨이 안 되자 무리하게 분양권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 건수는 지난해 9월 331건을 기록한 뒤 12월 372건까지 증가했다. 지난 1월과 2월 각각 234건, 205건으로 주춤했지만 3월(377건) 다시 크게 늘은 뒤 지난달에는 740건까지 치솟았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07년 6월 이후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다.
분양권 거래 폭증은 성동구(709건)의 영향이 컸다(본지 5월18일자 1면 참조). 2000여가구 규모의 재개발 아파트가 있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만 686건의 손 바뀜이 신고됐다. 이어 서대문구(220건), 송파구(196건), 마포구(145), 강동구(143), 영등포구(123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분양권을 사는 경우 원하는 위치의 아파트를 고를 수 있고 보유 주택 수로 잡히지 않아 세금 혜택 등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분양권 가격에는 입주 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어 향후 시세차익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수요자들의 경우 분위기에 휩쓸려 당장 무리하게 분양권을 사기보다는 입주 시점에 맞춰서 분양권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며 "입주시점에 가까워지면 잔금을 못 내는 사람들이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춰서 파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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