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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매년 3천억 적잔데 임금 165% 인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3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매년 3000억원의 적자를 보는 회사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 시내버스 업체에서는 가능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ㆍ사는 25일 새벽 임금 3.7% 인상에 '극적 합의'하고 오전 4시로 예정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그런데 전문가들 중 이번 버스 노사간 협상에 대해 극적 타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수십년간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운송조합 측이 이를 빌미로 시에 버스 요금 인상을 요구해 관철시켜 온 것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8일 시가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강행해 버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해 놓은 사실에 빗댄 것이다.

노조 측의 성향이나 사전 준비 상태, 비판적인 여론 등을 고려할 때 파업이 실제 실행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관계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잖아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문에 뒤숭숭한 서민들의 마음만 더 헤집어 놓은 꼴이 됐다는 비판 여론마저 거세다.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임금 인상으로 인해 결국 버스요금 인상이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결과가 됐다면서 요금납부 거부 운동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시와 버스노조가 마치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착 관계를 의심하는 시각마저 있다.


예전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과정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소비자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등 10개 소비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 확정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의회는 공무원의 물가대책심의위원회 표결 참여에 문제가 있었고, 여론 수렴 부재, 절차의 민주성 부족, 인상 근거 및 제도 개선 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는 이번에 버스노조에 대한 임금 인상을 허용하며 요금 인상의 명분을 훼손시켰다. 매년 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보전해 주면서도 버스업체들과 노조가 지난 10년간 임금을 165%나 올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 버스업체의 인건비 480억여원을 절약토록 하겠다는 약속도 사실상 지킬 수 없게 됐다. 이번 버스노조의 파업철회에서 보여준 유일한 성과는 시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점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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