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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버스 파업 철회에 시민단체 "요금 납부 거부"…이유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5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매년 3000억원의 적자를 보는 회사의 노조가 파업을 위협해 임금 인상을 따낸다? 일반 회사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 시내버스 업체에서는 가능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ㆍ사는 25일 새벽 임금 3.7% 인상에 '극적' 합의해 오전 4시로 예정됐던 파업을 철회했다. 매년 3000억원 안팎의 적자로 서울시로부터 그만큼의 돈을 보전받고 있는 처지면서도 매년 임금은 꼬박 꼬박 올려 10년새 165%나 올랐다. 이에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은 요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8분께 서울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조간 임금 협상이 3.7% 인상 수준에서 전격 타결돼 시내버스 전 노선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날까지도 노사간 의견이 크게 엇갈려 오전 4시부터 파업이 예고된 터였다. 운행 중단 초읽기에 들어갔다가 겉으로는 노조의 행동 돌입 12분 전에 '극적'으로 타결된 모양새다.

김경호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서울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과 노동조합 양측을 지속 설득하여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끝까지 책임감을 잃지 않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주신 운수종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번 사태 이후 시내버스 노사가 더욱 단합하여 시민의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더욱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버스 노사간 협상의 극적 타결이라는 표현에 동의하는 사람이 드물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지난 18일 시가 미리 버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한 것을 거론하며 "지난 수십년간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운송조합 측이 이를 빌미로 시에 버스 요금 인상을 요구해 관철시켜 온 것이 이번에는 순서만 바꿔 재현됐다"며 "노조 측의 성향이나 사전 준비 상태, 비판적인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아무도 파업이 실제 실행될 것이라고 내다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 그래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때문에 뒤숭숭한 서민들의 마음만 더 헤짚어 놓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8일 시가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버스 요금을 27일부터 150~450원 대폭 인상하기로 확정한 후 버스 노조가 '기다렸다'는 듯이 파업을 들고 나오자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임금 인상으로 인해 결국 버스 요금 인상이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요금 납부 거부 운동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시와 버스노조가 마치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칭 전문가'라는 시 공무원들과 업체 노ㆍ사간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상황"며 "유착 관계의 실제 여부를 적극 캐볼 생각이며 시민들과 함께 요금 납부 거부 운동 등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등 10개 소비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시의 지난 18일 대중교통요금 인상 확정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의회는 이와 관련 공무원의 물가대책심의위원회 표결 참여에 문제가 있었고, 여론 수렴 부재, 절차의 민주성 부족, 인상 근거 및 제도 개선 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들면서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 구성 및 표결 자체에 문제가 있어 대중교통 요금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숙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부원장은 "버스요금 인상 때는 임금 인상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이렇게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요금 인상을 하자는 것에 반대했지만 결국 다수결로 통과되고 말았었다"며 "이런 시기에 서민에게 부담을 준 요금 인상을 하자 마자 노조가 기다렸다는 듯이 파업을 통해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한 것은 정말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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