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지난 22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구리시 카이저재활병원의 다른 일반 환자들이 도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해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남경필 경기지사가 메르스 퇴치를 위해 도내 대형병원 및 보건의료인들과 잇달아 맺은 협약이 빛바랠 위기에 처했다.
남 지사는 특히 최근 정부로부터 메르스 확진환자를 경기도에서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도와 도내 병원 등 보건기관들과의 유기적 협력체제가 공고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4일 도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로 추가된 170번 환자(77)가 지난 19일 카이저재활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116명의 일반 환자가 관리대상이 됐다.
도는 22일부터 이틀간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병원과 파주병원에 각각 9명과 47명을 이송했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에 1명,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에 25명을 각각 보냈다. 10명은 자가 격리조치됐다. 하지만 나머지 24명이 문제였다.
도는 도내 대형병원에 이들 일반환자 수용을 타진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도는 이들을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이한경 도 보건복지국장은 "도내 민간병원으로부터 병상을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 메르스 관련 환자들을 받은 것이 노출되면 병원 이미지 타격으로 힘들어 한다"면서 "그래서 병원들이 환자 수용을 주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카이저재활병원 일반 환자들을 5∼6명씩 여러 병원에 수용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다보니 공공의료기관을 찾았고 도립 의료원 산하 병원 3곳은 여건이 안 돼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두고 경기도와 도내 대형 병원들이 메르스 극복을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가 당초 예상과 달리 견고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는 지난 9일 도내 32개 대형 민간병원 및 경기도의료원 산하 5개 병원과 '메르스 치료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수원병원은 메르스 확진자를 중심으로 집중 치료하고, 나머지 37개 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 중심 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
또 지난 21에는 경기도청에서 메르스 극복을 위한 경기도 보건의료계 협약식을 갖고 적극적인 협력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 지사와 현병기 경기도의사회 회장, 함 웅 경기도병원회 회장, 함삼균 경기도약사회 회장, 조경숙 경기도간호사회 회장 등 경기지역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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