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에 돈 안쓴다…총저축률 17년 만에 최고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득을 소비나 투자로 쓰기보다 저축하는 가계가 많아진 것이다.

23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총저축률은 36.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35.0%)보다 1.5%포인트, 전분기(34.7%)보다 1.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분기별로는 1998년 3분기(37.2%) 이후, 연도별 1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 1분기(40.6%)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값(총저축액)을 GNDI로 나눠 산출한 것으로, 소득중에 안쓰고 남은 소득을 뜻한다.

최근 총저축률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34.2%에서 2013년 34.3%, 지난해 34.7%로 상승해 2004년(35.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총저축률 상승세는 가계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를 뺀 민간의 저축률은 지난해 27.8%로 2년째 상승하며 1998년(28.9%)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그 중 기업은 최근 몇 년간 21% 안팎에서 정체했다. 반면 가계는 2012~2014년에 5.4%, 6.3%, 7.1%로 3년째 올랐다. 가계저축률 상승은 소득이 있어도 노후 불안이나 일자리 불안, 주거불안 등으로 인해 소비는 줄이는 대신 돈을 모으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3년째 하락세다. 2007년 10.8%를 끝으로 10%를 밑돌기 시작해 2012~2014년 7.6%, 7.3%, 6.9%로 하락세다. 연금지출 증가와 재정 악화 등에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저축률이 정부저축률을 앞질렀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은 부채상환 부담 증가, 노후대비 저축 증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