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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여담]당사자 빠진 거래소 개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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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 18일 한국증권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주관해 열린 '코스닥시장의 현황과 미래 발전과제' 포럼장.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코스닥 분리 반대'를 주장하는 피켓이 눈에 띄었고 한국거래소 직원들은 부지런히 전단지를 나눠줬다.


오죽했으면 포럼 사회자인 박진우 한국외대 교수는 "이 자리는 지난 3월 기획된 포럼인데 공교롭게도 최근 코스닥 분리가 이슈가 되면서 주목받는 자리가 됐다"며 "코스닥 찬반을 따지는 공청회 자리가 아닌 만큼 청중들은 발제 도중 박수나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패널로 나온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마른 침을 삼키며 "사실 이 자리에 나오기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간 코스닥 시장을 주제로 정책세미나, 정책심포지엄이 두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주최 측은 '공청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두번 다 코스닥 분리 반대에 치우친 패널과 의견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되자 '이번 포럼에선 거래소 입장을 전달하자'며 작정하고 노조가 나서면서 포럼은 단박에 공청회가 됐다.


당초 개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은 거래소 노조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거래소 구조개편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전무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거래소 직원은 "거래소 지배구조 변화는 거래소뿐 아니라 상장사, 투자자, 증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당국과 학계 이야기만 수렴해서 방향을 결정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번 포럼이 사실상 거래소측 입장을 전달하는 마지막 공청회라고 생각돼 이렇게 현장을 찾았다"고 핏대를 세웠다.


당국은 당국대로 거래소 지배구조개편이라는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코스닥 분리만 가지고 걸고 넘어진다고 항변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거래소 산업 경쟁력 강화는 단순한 코스닥 분리가 아니라 전반의 체계 개편이 논의돼야 한다. 부분집합을 전체집합으로 호도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야기가 자꾸 코스닥 분리 쪽으로만 흘러가서 본질을 흐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건 오히려 당국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어제 거래소 본사와 자회사를 각각 부산과 서울에 두자는 식의 발언이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거래소 구조개혁에 효율성이 아닌 정치논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당국과 거래소가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건 거래소 구조개혁방안 발표가 임박해서다. 이르면 내달 결론이 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론이 나면 어떻게든 거래소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다는 얘긴데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게 될 투자자들을 위한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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