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8번홀은 파4와 파5로 변신 "그때 그때 달라요", 장타에 숏게임까지 "모든 기술이 필요해"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매 라운드 파와 전장이 바뀌는 팔색조 코스."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 115번째 US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의 격전지는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플레이스 외곽의 모래와 자갈 준설지에 조성된 챔버스베이골프장(파70)이다. 사실 2007년 개장해 8년 밖에 되지 않은 곳에서 미국의 '내셔널타이틀'이 열린다는 사실부터 이채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코스 세팅까지 선언해 빅뉴스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물론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과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 "파를 어떻게 바꿔?"= 파70이다. 하지만 전장은 7607~7874야드로 라운드마다 다를 수 있다. 1번홀과 18번홀이 파4홀과 파5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번홀은 티잉그라운드를 조정해 496야드짜리 파4홀과 598야드 파5홀로, 18번홀은 525야드 파4홀과 604야드 파5홀로 변신할 수 있다. 대신 1번홀이 파4홀이면 18번홀은 파5홀로, 파5홀이면 18번홀을 파4홀로 구성해 파70으로 맞추게 된다.
마이크 데비이스 USGA 이사는 "처음에는 어떤 날은 파71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했다"며 "두 홀 모두 파4홀이든 파5홀이든 탁월한 전략이 필요하게 설계됐다는 점을 감안해 양쪽 홀의 파를 서로 다르게 구성해 전체 파를 맞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번홀이 백티에서 출발하는 파5홀이 된다 해도 절대 '2온'이 쉽지 않은 도그레그홀이 된다는 게 재미있다. 18번홀도 마찬가지다. 604야드의 파5홀이 525야드 파4홀이 되면 전장부터 만만치 않다.
▲ "미국에 링크스코스가?= 전체적인 분위기는 US오픈 특유의 난코스다. 먼저 파70에 최소한 7600야드를 넘는 코스 전장부터 선수들을 질리게 만든다. '개미허리' 페어웨이는 여기에 정확도까지 요구한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샷은 질기고 긴 러프와 코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깊은 벙커가 곧바로 응징한다. 그린은 마스터스의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을 방불케 하는 '유리판'이다.
더 큰 문제는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미국)가 자신의 예전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스타일 디자인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깔끔한 정원 같은 미국의 전형적인 골프장이 아니라 바닥이 울퉁불퉁한 디오픈의 격전지 같다. 잔디 역시 해안가 목초지에서 자라는 페스큐를 식재했다. 구름이 많고 어디로 바운스될 지 예상이 어렵다는 변수가 있다.
▲ "어떻게 공략해?"= 선수들은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이 크다. "이븐파만 쳐도 우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데이비스는 "몇 차례 라운드하면서 야디지북이나 들여다봐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며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경고장을 날렸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티잉그라운드를 출발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선택 사항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동의했다.
이런 점에서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오히려 '메이저 2연승' 확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0년 US아마추어 출전 당시 코스를 돌아봤고, 특히 이 지역 출신 캐디 마이클 그렐러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마스터스 우승 합작 당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전직 수학선생이다. '골프광'이라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챔버스베이에서 파트타임 캐디로 일해 코스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다.
필 미켈슨(미국)은 '감각'이라는 신무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챔버스베이가 해풍 등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잔디가 억센 링크스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홀에 붙이는 샷은 바람과 경사를 이용한 창의력에서 출발한다는 분석 때문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그것도 6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는 아픔을 맛봤던 미켈슨이 한을 풀수 있을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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