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월스리트의 대표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핀테크를 통한 소매금융업에 진출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일반 가계 상대로 한 온라인대출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가 일반 개인 상대 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69년 창립 이후 146년간 기업 및 소수 부유층만 상대해왔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연말까지 관련 인력을 100명가량 확보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미 지난 달 열린 회사 연례 미팅에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 지조차 몰랐던 사람(고객)들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새로운 근육(역량)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우선 1인당 1만5000∼2만달러 규모의 소액 주택ㆍ자동차 담보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후 중소기업 상대 대출로 영역을 넓히고 관련 대출을 유동화해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일제히 골드만 삭스의 소매 금융도전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146년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며 글로벌 대형 기업이나 큰손 투자자만 상대해온 월 가의 대명사가 시시콜콜한 동네 대출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월 가에서 명성을 날리던 골드만 삭스가 이제 당신들의 부엌 수리 비용이나 가계 창업 비용 대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의 새로운 도전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투자은행에 대한 규제와 감시 강화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를 둘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는 월 가 대형금융기관들의 수익 창출만을 앞세운 탐욕과 무리한 투자가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전제 아래 천문학적 벌금 부과와 규제 강화에 주력해왔다.
골드만 삭스도 주택 모기지 부실판매 혐의로만 12억달러(144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것을 비롯, 최근까지 10조5000억원 규모의 각종 벌금을 내야할 처지다. 각종 규제와 비판 여론으로 원자재 거래 시장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도 속속 접고 있는 중이다.
이에 반해 최근 미국의 경제회복과 함께 소매 금융은 한층 매력적인 시장이 돼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에서 온라인을 앞세운 비대면 소매금융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이 골드만 삭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미국 전 지역에 지점망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과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온라인 금융을 통해 골드만 삭스의 차별화된 금융 노하우와 자금력을 앞세우면 단시일내 확고한 기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골드만 삭스의 한 임원은 이같 방식의 소매 금융 시장 진출을 통해 현재 11% 수준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WSJ은 전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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