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케이블채널의 지난 20년은 절반 이상이 시행착오였다. 문제는 '콘텐츠의 질.' 지상파를 위협할 무기가 없었다. PC방의 열기를 등에 업은 게임채널 등이 선전했지만 방송가의 지형을 바꾸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2013년 1월 KBS에서 CJ E&M로 이직한 나영석(39) 프로듀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 콘텐츠로 불변할 것 같던 틀을 깼다. 실버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꽃보다 할배'는 '소통의 시대'를 열었고, 자급자족을 표방한 '삼시세끼'는 각박한 도시인의 아날로그 정서를 일깨웠다. 이 프로그램들은 공중파보다 높은 10% 이상의 시청률은 물론 전 연령층의 시청자를 케이블채널로 끌어들였다. 나아가 한류 콘텐츠의 선봉에도 섰다. 그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크리에이트. 나 프로듀서는 "(케이블채널은) 콘텐츠 제작환경이 자유롭고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이제는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채널을 움직이는 시대"라고 했다. 그 결과물은 배려와 따뜻함으로 싸여있다. 약간의 여지를 둬 대중 혹은 소비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유도한다. 전문가가 아닌 콘텐츠 창안자의 모습은 미래 미디어의 롤 모델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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