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분위기 속 '주주들의 반란'은 실패로 끝나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정말 재미없는 주주총회였다. 즐거웠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마리아에서 열린 페이스북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주총장 분위기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회의장 앞에는 금속탐지기가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스마트폰·태블릿PC·카메라 등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해야 했다. 큰 가방도 들고 들어갈 수 없었다. 사전 고지 없이 몸을 수색할 수 있다는 경고도 등장했다. 일반적인 주총장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왜 이렇게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을까. 이날 페이스북 주주들은 '반란'을 준비했다. 보유 주식의 종류와 관계 없이 보통주 1주당 의결권 1표를 달라는 주주평등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노스스타 자산운용을 포함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중심이 돼 이를 공식 안건에 포함시켰다. 결론적으로 주주들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왕국을 완벽히 방어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주총장에서 페이스북이 주주들의 평등성과 다양성을 더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용 없었다.
저커버그가 소유한 B형 보통주는 A형과 달리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 덕에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의결권을 55%나 가지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마크 안데르센 안데르센 호로위츠 회장·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등 8인의 이사들을 더하면 B형 보통주를 가진 경영진이 보유한 의결권은 74%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간섭할 틈이 없는 셈이다.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 주총에서 평등의결권 문제를 제기한 노스스타의 줄리 굿리지 CEO는 "주주들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야한다"면서 "안건이 통과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꾸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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